[단독] "복수국적자, 한국에 6개월 있으면 외국 못가?"…法 "보내줘라"

[단독] "복수국적자, 한국에 6개월 있으면 외국 못가?"…法 "보내줘라"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11.19 14:41

[the L] '배상문 판결' 이후 병무청 훈령 해석 첫 위법 판결

1년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머문 경우 복수국적자의 해외여행 허가를 기계적으로 거부해온 병무청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8개월 남짓 국내에 체류했다는 이유로 해외 거주 중인 복수국적자의 국외여행기간 연장 허가를 거부한 병무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부장판사 박형남)는 김모씨가 경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병무청이 김씨에게 내린 국외여행 기간연장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프로골퍼 배상문씨의 사건에서 병무청이 승소한 이후 이 사안을 놓고 병무청이 패소한 첫번째 사례다. 배씨는 입대 연기 문제로 논란을 빚던 중 해당 훈령의 해석이 부당하다며 병무청과 다퉜지만 결국 대구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바 있다.

김씨는 1990년 미국 유타주에서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1996년 귀국했다. 이후 2004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2015년부터 미국 회사에서 근무해왔다. 2014년부터 줄곧 단기국외여행허가를 연장받아온 김씨는 2017년 8월 병무청에 '10년 이상 국외에서 거주한 복수국적자'라며 2027년까지 국외여행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병무청은 "김씨가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284일 국내에 체류한 사실이 있다"면서 "당시 훈령인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규정을 근거로 볼 때 김씨가 '국외에 10년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김씨는 소송을 냈다. 김씨는 "해당 훈령에는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이란 출입국사항 및 학업·영리활동 장소 등 국내외 체류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활근거지가 국외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또 훈령 어디에도 일정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할 경우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가 불허된다는 규정이 없는데, 284일 체류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1년의 기간 내에 통틀어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체재한 경우 국외여행 허가가 '취소'된다고 규정한 병역법 시행령 147조의 2 제1항 다목이 국외여행 '허가'시에도 허가 요건을 판단하는데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맞섰다.

서울고등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1년 중 6개월 이상 국내에 체재하면 이미 내려진 국외여행허가를 '취소'할 수는 있지만, 훈령의 허가 '거부' 사유에 없는 이상 이를 근거로 신청을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건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병무청이 주장하는 병역법 시행령 조항은 국외여행허가 및 연장허가를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인데, 정작 훈령에는 '국외에 10년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는 사람' 부분의 시행령을 직접 적용한다는 근거규정이 없다. 국외이주 목적으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취소 '사유와 국외여행 '허가'의 요건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며 "일반인이라면 시행령의 '취소' 기준이 직접 (거부 사유로) 적용된다고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김씨가 일시귀국 전까지 약 9년 2개월 동안 국외에서 계속 거주하고 미국에서 중·고등·대학교를 모두 졸업해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을 보면 비록 1년의 기간 중 284일을 국내에 체재했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고, 출입국사항 및 학업 또는 영리활동의 장소 등에 비춰 볼 때 생활근거지가 10년 이상 계속하여 국외에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서 "병무청 처분은 출입국 사항, 학업, 영리활동의 장소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재량을 일탈 남용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며 병무청이 김씨에게 내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진재용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병역 관계 법령상 '국외 거주'의 정의가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각 개별 사안에 따라 해당 병무청장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허가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병무청이 그동안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국외여행 연장허가 신청을 거부하여 왔던 것에 법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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