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개정 후폭풍]학생들 "강사법 여파로 개설 강의 200개 이상 축소"…대학 "강사법 영향 아냐"

"강사법 때문에 졸업을 못하게 생겼어요"
2019학년도 1학기 개강 첫날인 4일 고려대학교 경영대는 수업마다 담당 교수에게 '빌넣'(빌어서 넣는다)을 부탁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졸업하려면 이수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4학년의 '빌넣'이 줄을 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인 김모씨(26)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몇 개가 강사법 영향으로 없어졌다"며 "당장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마케팅원론이 11개에서 7개로, 재무관리가 10개에서 6개로 줄었다. 수업 개수가 줄다 보니 한 반당 수강인원은 오히려 최소 5명 이상 늘어 아무리 졸업생이라도 "이 수업을 꼭 듣게 해 달라"는 읍소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8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201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일었다. 8월 개정안 시행으로 강사도 최대 3년간 임용을 보장하게 되자 대학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최근 "1학기 학부 개설 과목 수가 전년보다 200개 이상 감소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총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피해사례 70여개도 접수했다. 학생들은 "강사님이 사라져 강의가 폐강됐다. 재수강해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다수 피해사례가 나온 미디어학부 한 과목은 지난해 1학기 개설됐으나 이번 학기 수업을 담당한 강사가 학교와 재계약하지 못하면서 폐강됐다. 체육교육과 한 수업 역시 마찬가지 사정으로 없어졌다.
해당 강사는 "현재 고려대에서 수업을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간강사는 "이번 학기 미디어학부 등 몇몇 학과에서는 강사들이 한 명도 수업을 맡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는 강사법 때문이라 하진 않았지만 강사들은 그 여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려대 측은 이에 대해 "대학본부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학사 관련 지침을 내린 게 없다"며 "수업 과목 수도 정정기간인 11일까지는 분반 등이 확정된 후에야 지난해와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시간강사 숫자 요구에 대해서도 "정정기간 중 계약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현재 확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선택교양 과목을 60%가량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연세대 2학년생 박모씨(21)는 "강사법으로 인해 벌써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며 "1학년이 다니는 송도캠퍼스의 경우 이번 학기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선택교양 과목이 하나도 열리지 않는 등 선택권이 대폭 줄었다"고 불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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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강사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7년부터 이미 논의한 끝에 지난해 결정 내린 학사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전임교원 담당 여부를 교양과목 폐지의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양과목 축소가 강사법 대응책의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생들은 또한 학교가 대형 강의를 유도하는 등 '강사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한다. 강사를 줄여 수업수가 줄어드는 만큼 전임교수 강의 1개에 전보다 많은 학생수를 욱여넣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교무처는 최근 학생을 상대로 '계열기초 교과목 강의 규모를 수강인원 2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강사법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은 다른 대학들로도 번지고 있다. 중앙대는 학생들로 구성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가 개설과목 감소 피해사례를 접수 중이다.
대책위는 "본부가 강사를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고 있다"며 "강사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다음 학기, 그 다다음 학기에도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개설 강의 현황을 조사 중이다. 총학생회는 "이달 1일 교무처장과의 면담에서 '강의 수 축소 등 학제 개편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자체적으로 개설 강의 현황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활동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