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에어팟 끼면 학번 다 집합"… 한 대학의 '황당 군기'

"길에서 에어팟 끼면 학번 다 집합"… 한 대학의 '황당 군기'

오진영 기자
2019.10.29 15:11

충주 모 대학서 "길거리 에어팟 금지·술자리 보고 의무"…끊이지 않는 대학 내 악폐습

한 앱에 올라온 대학가 '똥군기'. 해당 앱에서는 에어팟 사용 금지, 술 먹을 때 보고 등 부적절한 군기 문화 피해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 애플, 에브리타임
한 앱에 올라온 대학가 '똥군기'. 해당 앱에서는 에어팟 사용 금지, 술 먹을 때 보고 등 부적절한 군기 문화 피해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 애플, 에브리타임

한 대학에서 에어팟(A사의 무선 이어폰)을 끼지 못하도록 하는 악폐습이 있다는 글이 게재돼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똥군기 사태 올린다'는 글이 게시돼 4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충주 소재 K대학의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공유하는 앱 '에브리타임'의 글을 올리고 "군대보다 더 심하게 군기 문화를 잡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비난했다.

해당 글은 한 질문자가 "길거리 에어팟 금지가 실제로 있는 말인가"라고 질문하자 한 학생이 "저희 과는 길에서 에어팟을 금지한다. 만약 사용하다 들키면 사용자와 같은 학번을 전체집합시킨다"는 내용의 글을 시작으로, 선배로 보이는 학생이 후배에게 "길거리에서 에어팟 끼면 다 죽여버린다. 공부할 때만 끼라"고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글 등이 포함됐다.

한 글에는 "생활체육과가 이런 게(군기)심하다. 들은 건 많은데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면서 11가지의 '똥군기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동아리 필수 참석·술 마실 때 어디서 누구와 마시는지 보고·'~다,~까'말투 필수 등 불합리한 내용이 있었으며, 작성자는 "슬리퍼도 못 신고 주머니에 손도 못 넣고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들이 글을 올린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 학생은 익명 게시글을 올리고 "더러운 문화 때문에 학교 전체를 먹칠하고 있다"면서 "내부 고발자만 찾으려고 후배들을 족치는(괴롭히는)모습이 정말 저급하다. 그럴 시간에 '똥군기'문화를 개선할 생각을 하는 게 먼저 아닌가"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3월 공론화된 홍익대학교 응원단의 악폐습. 선배들이 무릎 보호대를 차지 못하게 해 후배들의 다리에 멍이 들어 있다. / 사진 =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지난 2018년 3월 공론화된 홍익대학교 응원단의 악폐습. 선배들이 무릎 보호대를 차지 못하게 해 후배들의 다리에 멍이 들어 있다. / 사진 =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일명 '똥군기'로 불리는 이런 대학 내 악폐습 문화는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지만 아직까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술·체육 등의 예체능 전문 학과나 동아리 내부에서는 대학의 다른 곳에 비해 폐쇄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공론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에는 교육부가 대학들을 상대로 '가혹행위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악습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홍익대 응원단에서 부조리를 지적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응원단이 공식 사과하고 해체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당시 신입생들은 영하 18도의 날씨에도 밖에서 기합을 받거나 가래침·쓰레기 등으로 만든 '축하주'를 강제로 마시도록 하는 등 악폐습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입생은 무릎 부상이 있었음에도 보호대를 차지 못하도록 강요당해 무릎에 큰 멍이 들기도 했다.

올해 3월에도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운항학과서 '복장이 틀리다며 후배들의 '몰카'사진을 찍는 선배들'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자는 "선배들이 머리를 반드시 묶도록 하거나, 음주도 금지시키고 바지도 못 입게 했다"면서 "지금 자퇴서를 내고 오는 길이다. 부디 저를 괴롭힌 선배들 모두 백수가 되길 바란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4월 모 대학의 체육교육과에서는 신입생의 입에 깔때기를 물리고 막걸리를 먹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신입생들에게 기합을 준다며 오리걸음을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어 대학 측에서 인권센터를 개설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대학 내 가혹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악습 대처 전담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인권센터 의무화 법안'에 따르면 전국 237개 대학 중 인권센터가 설치된 대학은 19곳에 불과하다. 악폐습에 대한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대학 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