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리적 안정 ASMR, 시청자들 반응보며 힘 얻어…청력 예민해지기도
미치게 피곤한데 도통 잠이 오지 않을 때, 하수는 양을 세고 고수는ASMR을 듣는다. 우리말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쉽게 풀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소리다.
ASMR 유튜브라고 다 같은 ASMR이 아니다. 귀 모양 마이크를 이용한 귀 청소 콘텐츠도 유튜버마다 시원함의 깊이가 다르다. 그 중 섬세하지만 과하지 않은 콘셉트로 ASMR 초심자와 '고인물' 모두가 즐겨찾는 채널 'ASMR 연츄'의 김연주 크리에이터를 머투맨이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진행됐다.
2017년부터 매주 3개 이상 성실하게 영상을 쌓아 온 덕일까, 일상 속 흔한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온 덕일까. ASMR에 위로받던 사회초년생 김연주는 어느새 ASMR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중견 유튜버로 자리매김했다.
"불면증으로 힘들었는데 덕분에 잘 잔다"는 댓글에 본인의 쓸모를 느낀다는 김연주 크리에이터,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 미술을 했다. 미술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가 건축과 수시를 쓴 게 합격하면서 가고 싶지 않은 학과에 가게 됐다. 그러다 3학년 때 충동적으로 자퇴하고 집에만 있었다. 당시 매일 일기를 썼다. 그런데 왠지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 있지 않나. 누가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상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은 일상 브이로그였다.
-수많은 콘텐츠 중 ASMR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좋아하던 ASMR 유튜버 팬 미팅 갔다가 그 유튜버 언니와 인연이 됐다. 언니가 "ASMR 해봐, 잘 맞을 것 같아"라며 마이크를 집에 택배로 보내줬다. 찍어 보니 너무 잘 맞았다. '텐션'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즐겁게 ASMR을 할 수 있었다. 유튜브 이름도 '연츄의 일상'에서 '연츄의 ASMR'로 바꿨다. 그 사람은 하쁠리 언니다. 진짜 감사하다.
-ASMR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처음 시작했을 땐 부모님이 불안해하셨다. 너무 어린 나이었고, 엄마는 딸이 미술이나 건축 분야에서 명성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다. 스무살부터 혼자 살았다. 집에 가면 유튜브를 못 하게 하실 거 같아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알바비를 모아 월세를 냈고, 생활비는 거의 없이 살았다. 유튜브 수입이 30만~40만원 생길 때부턴 반대하시던 엄마도 '해봐라' 하셨다.

-'ASMR 연츄'가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ASMR 마이크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버 목소리에 따라 걸걸한 소근거림이 나올 수도, 섬세한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데 취향에 따라 듣는 거라 편하게 찍는 편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소리를 많이 찾으려고 한다. 얼마 전 길을 가다 어떤 아이가 돌로 바닥을 긁고 있는 걸 보고 '오, 저거 특이하다' 싶어 예쁜 조약돌을 주문했다. 메모도 많이 한다.
독자들의 PICK!
-ASMR 하다보면 소리에 예민해질 것 같다.
▶원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어서 잠도 잘 자고 주위 소리 잘 못 들었다. ASMR 하다 보니까 에어컨, 냉장고, 보일러 등에서 나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친구들이 "사소한 소리로 왜 짜증을 내느냐"고 할 정도다. 그래서 ASMR 촬영할 땐 가전기기 코드를 뽑고 하는데, 다시 꼽는 걸 잊어 음식이 상한 적이 많다.
-2017년부터 3년째 해오고 있다. 나름대로 ASMR을 정의한다면.
▶ASMR이라고 해서 무조건 조용해야 하고 잡음이 있으면 안 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공사장 근처에서 자란 사람은 공사장 소리를 듣고 마음 편해질 수도 있고, 시장에 집이 있었다면 시장 소리에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들었을 때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된다면 그게 다 ASMR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덕분에 삶의 의지가 생겼다' 이런 댓글이나 '불면증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덕분에 잘 자요' 이렇게 도움을 받는다는 댓글을 보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단 구독자 수 50만 명. 마음 같아선 해외에도 퍼져서 100만 유튜버가 되고 싶다. 외국분들한테도 'ASMR 연츄' 영상을 알리고 싶어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K-ASMR' 선두주자가 돼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다.
-머투맨 최고 가치는 좋은 채널을 알리고 나누는 것이다. 추천 채널 3개를 소개해달라.
▶첫 번째는 '해물파전TV'다. 게임 영상 중에서도 이 채널의 '롤' 게임 유튜버를 제일 좋아해 하루종일 본다. 안 보고 듣기만 해도 재미있어서 라디오처럼 듣기도 한다. 두 번째는 '닥터프렌즈'. 영상 중에 '의사의 눈으로 본 빈센트 반 고흐'를 보고 고흐 책까지 사서 읽었다.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 세번째는 '매탈남'이다. 시골에서 길고양이를 키우는 유튜버다. 나에겐 이 채널이 ASM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