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하철 승강장 시 '내리면 탈까요' 쓴 김하현씨…"시민들 공감할 거라 확신, 부끄럽고 감사하다"

지하철 승강장에 걸린 시(詩) 하나가 지난 27일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됐다. 리트윗(글을 나르는 것)만 1만8000회, 마음에 든단 사용자만 1만4000회에 달했다. 시의 제목은 '내리면 탈까요?'. 지난해 시민들로부터 공모한 작품 중 하나였다. 그에 담긴 내용은 이랬다.
내리면 탈까요?
내리면 탈까요.
새하얀 눈이 내리면,
그때 스케이트를 탈까요?
내리면 탈까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면,
그때 자전거를 탈까요?
내리면 탈까요.
뜨거운 물을 내리면,
그때 커피를 탈까요?
내리면 탈까요.
지하철에 사람들이 내리면,
그때 천천히 탈까요? 우리.

읽기 참 쉬우면서도 리듬감이 돋보이고,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글의 온도와 색채가 느껴져 감명 깊게 봤다는 승객이 많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서 만난 시민 이주미씨(45)는 "계절감도 좋고 시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뭣보다 지하철 승강장에 꼭 필요한 시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직장인 정승우씨(34)는 "지하철서 하차하기 전에 막 밀면서 타는 승객들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는데,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 좋다"고 했다. 정씨는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는 특히 대표적인 지하철 꼴불견 중 하나로 꼽힌다. 알바몬이 대학생 1826명을 대상으로 조사(2015년)한 결과 '내리기도 전에 마구 밀고 들어오는 승객'이 7.3%의 응답을 얻어 4위였다. 통상 출·퇴근길에 부족한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 무리해서 타느라 생기는 일들이다. 이 과정에서 어깨를 부딪혀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지하철 캠페인을 통해 이 같은 승객을 '물소'에 비유하기도 했다.

화제의 시를 쓴 건 직장인 김하현씨. 그는 스스로를 "시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평소 감성적인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터라 친구들에게 "오글 거린다"는 핀잔도 많이 들었단다. 그러다 지하철 시 공모전에 관심이 생겼다. 이는 지난해 그의 '버킷리스트(꼭 이루고 싶은 일의 목록)' 중 하나였다고. 다른 시인들과 나란히 걸린단 생각에 마음 부담도 있었지만, '지하철에 꼭 필요한 시를 써보자'는 생각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단다.
그러니 '내리면 탈까요?'란 주제 역시 평소 김씨가 지하철을 타며 불편했던 경험에서 정하게 됐다. 그는 "언제나 지하철을 타면서 속으로 느꼈던 게 '내리면 타세요, 제발'이었고,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거란 확신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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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내용도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김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논두렁에 물을 채워 얼려둔 스케이트장에도 가보고, 자전거를 타고 약수터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기억이 있었다"고 했다. 커피 역시 시를 쓴 날 아침 회사에서 내려 마신 게 생각이 나서 담아봤단다.
지하철 승강장에 걸린데다, 관심까지 받은 소감이 어떨까. 김씨는 "시를 배워본 적도 없고 잘 쓸 줄도 몰라서 같은 문장을 반복해 간단히 썼는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침 출퇴근길에 지하철서 많은 분들이 지쳐서 스트레스를 받으시는데, 작은 배려로 다들 웃으며 지하철을 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29일 오후, 김씨의 시가 걸려 있던 지하철 승강장 왼편 출입문엔 승객들이 차례차례 다 내린 뒤 천천히 탑승하는 모습이었다. 봄바람처럼 시(詩)에 곱게 담긴, 그의 마음 덕분이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