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특급호텔 뷔페 가격 줄줄이 인상…고가 정책에도 '스몰럭셔리' 트렌드로 인산인해

새해 벽두부터 요동치는 물가 상승 나비효과가 호텔가에도 퍼지고 있다. 내로라 하는 특급호텔 뷔페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제대로 된 호텔 식사 한 끼를 맛보려면 한 사람당 15만원은 준비해야 한다. 이 가격이 통할까 싶지만 호텔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보인다.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데도 여전히 식당은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느라 분주한 고객들의 열기로 뜨겁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밥상·외식물가의 영향 뿐 아니라 MZ(밀레니얼+제트)세대의 '스몰 럭셔리' 소비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대 호텔뷔페'로 통하는 신라호텔 '더 파크뷰', 롯데호텔 '라세느', 웨스틴조선호텔 '아리아'가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더 파크뷰는 다음달 3일부터 12만9000원인 뷔페 디너(성인)를 15만5000원으로 20% 가량 올린다. 각각 11만9000원, 12만2000원인 평일과 주말(금~일) 점심은 14만원, 14만5000원을 받는다.
라세느도 오는 28일부터 저녁 가격을 12만9000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린다. 10만5000원인 점심은 13만5000원으로 28%나 오른다. 아리아의 경우 29일부터 주말 저녁 가격이 14만5000원으로 1만원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7~8%대 인상한다.
최근 호텔뷔페 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가파르다. 통상 대목인 연말연시에 한시적으로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것을 제외하면 연평균 인상률은 5% 내외다. 그러나 원재료 물가가 크게 올랐고 인건비 압박까지 커지면서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뷔페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게 호텔들의 입장이다.

치솟는 물가가 호텔 뷔페 15만원 시대를 연 단초가 됐지만, 호텔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격 인상의 계기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재료비 압박이 크다고 해도,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호텔 입장에서 20% 넘게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특급호텔 뷔페 가격이 10여년 전 10만원에 진입한 이후 최근까지 12만원대를 유지해온 이유다. 12~13만원대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조선팰리스 강남을 오픈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호텔 뷔페 '콘스탄스'의 일요일 점심 가격을 15만원으로 책정하며 암묵적인 가격 심리저항선을 깨뜨렸는데도 인기를 끌었다. 현재 뷔페 가격을 최대 20만원(음료포함)까지 올렸는데도 예약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강남 지역 특급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방한 외국인 투숙 수요가 사라지면서 식음사업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거리두기로 좌석 수를 줄이거나 인원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 재료비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격보다 서비스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전처럼 가격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실제 호텔들의 고가 식음 정책에도 호캉스(호텔+바캉스)족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급등한 가격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호텔 레스토랑들은 비싼 메뉴를 판매할 수록 인기를 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가 빙수다. 애플망고 빙수 등을 4~7만원대로 팔아도 재료가 소진돼 못 팔 만큼 고객들이 몰렸다. 호텔 프리미엄 빙수의 원조격인 신라호텔의 경우 지난 여름 1시간씩 대기줄이 생길 정도였다.
특급호텔 문턱이 낮아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로 불리는 프리미엄·럭셔리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해외여행 제한과 거리두기로 소비에 굶주렸던 2030 세대의 눈에 특급호텔 식사와 디저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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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5성급 특급호텔의 식음업장은 맛이나 콘셉트, 식당 분위기 등이 최근 유행하는 프리미엄 소비와 맞아 떨어진다"며 "일반적인 점심식사도 1만원이 넘어갈 만큼 밥상물가, 외식물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호텔 레스토랑이 값어치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