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코인 사기 피해액이 전년에 비해 1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을 미끼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장 후 떡상'을 약속하는 유형이 가장 흔한 사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코인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제도권 거래소 상장 코인이 아닌 경우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코인 관련 범죄 피해액은 전년보다 약 1310% 급증했다. 피해액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2020년 2136억원 △2021년(11월 기준) 3조87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코인 사기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부산경찰청이 코인 투자 등을 권유하며 피해자 약 2600명에게서 552억원을 받아챙긴 투자회사 대표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불법 다단계 방식 영업으로 코인 투자자를 모집해 약 2조2100억원 규모 피해를 초래한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운영진이 경찰에 입건됐다.
'상장 빔' 노리는 투자자 늘자…"상장 후 폭등할 코인" 현혹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코인을 미끼로 한 사기의 유형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코인이 없는 상태에서 코인 개발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코인을 자체 제작한 뒤 '상장 후 폭등할 코인'이라고 홍보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자체 제작한 코인을 신뢰할 수 없는 해외 중소 규모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투자를 요구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코인으로 피해자를 현혹하는 두 번째 방식이 최근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래소 상장 직후 코인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가 최근 1~2년 새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상장 빔'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까지 마치고 사기를 벌이는 경우보다 코인 제작까지만 진행한 뒤 상장하면 소위 '떡상'할 코인이라고 꾀는 사기꾼이 많다"며 "대부분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나 우리가 잘 아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이 예정돼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경우 실제 코인 거래가 전자적인 형태로 이뤄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깡통 코인'을 넘겨받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코인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세 번째 유형의 경우 해외의 알 수 없는 거래소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거래소 상장은 쉽지 않기 때문에 사기꾼들은 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거래소에 돈을 주고 상장시킨다"며 "그런 거래소는 상장이 특별히 어렵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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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제작 '20만원'이면 충분…뚜렷한 처벌 규정도 없단 점도 문제
코인 미끼 범죄가 성행하는 배경은 코인 발행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만원 정도로도 코인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코인을 만들기 위해선 메인넷(기반 플랫폼)이 필요한데 2015년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따로 메인넷을 개발하지 않아도 이더리움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에 비해 자체 제작한 코인으로 사기 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사기꾼을 현혹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코인 사기꾼들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대부분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이다. 유사수신은 인허가나 등록 없이 원금 이상의 지급을 약정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전문가는 유사수신행위법에서 금지하는 행위 없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잠적하면 '사기'인지 '사업 실패'인지 알 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홍 교수는 "명백히 잘못된 정보를 전하면서 투자를 요구하면 처벌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돈을 받고 사업을 접어도 국가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때는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소송 절차도 무척 복잡하다"며 "사기꾼에겐 당연히 코인 사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제도권 거래소에 상장 안 된 코인은 90% 이상 사기"
전문가는 사기의 늪에 빠지지 않고 코인 투자를 하기 위해선 제도권 사업자로 신고 수리된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키지 않은 채 원금 이상의 수익을 요구하면 사기로 간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24개 거래소가 제도권 사업자로 신고 수리를 마쳤다"며 "이 거래소들은 제도권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단계 위험이 있는 코인을 쉽게 상장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4개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을 소개하면서 투자를 요구하는 행위는 99% 사기로 봐야 한다"며 "진지하게 좋은 코인을 개발하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개인이 아닌 공신력 있는 기관 투자자 등을 통해 투자를 받는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거래소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사후 규제를 강화해 불어나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교수는 "특금법은 실명 계좌를 가진 사람만 코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일 뿐"이라며 "상장 코인의 건실성 등을 검증할 방법은 여전히 없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라고 해서 모두 믿을 순 없다"고 했다. 그는 "투자금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미국과 영국처럼 처벌을 강화하는 게 사기 방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