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 여자예요. 집에 안 들어갈 건데 돈 버는 법 없나요?"
지난달 13일 오전 2시20분쯤. 가출한 청소년이 모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 밑으로 1시간도 되지 않아 불법 일자리를 소개하는 댓글이 달렸다. "카카오톡 계정 삽니다", "선불유심 판매하면 30만원 드려요", "부동산 명의 삽니다", "숙식제공 해드려요" 등의 댓글이었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불법행위에 노출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조건만남에 가담하거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는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소년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가출 청소년에게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계정을 대여하거나 휴대전화 유심, 체크카드를 넘기는 등 불법적인 일이었다. 특정 지역에서 숙식을 제공한다며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게시글도 다수 있었다.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청소년들의 게시글도 있었다. 같은 SNS에는 "너무 배가 고픈데 편의점 기프티콘이라도 받고싶다", "가출해서 배고프고 잘 곳도 없는데 도와주실 분 메시지 달라", "배고파서 죽을 것 같은데 만 원만 벌고싶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올라왔다.
여성가족부는 위기청소년들을 위해 쉼터, 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지원기관을 운영한다. 위기청소년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청소년상담 1388 통합콜센터도 운영한다. 하지만 집을 나온 청소년 모두가 지원기관을 찾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만1379건이다. 신고되지 않은 청소년까지 포함한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0년 기준으로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은 2만 400명에 불과하다. 이외의 청소년들은 안전장치 없이 사회로 내던져지는 셈이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불법 행위에 가담해 처벌받는 사례는 꾸준히 나온다. 전주지법 군사지원은 2020년 5월 사기방조와 사기미수 혐의를 받는 A씨(19)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4950만원을 편취하는 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는 등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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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A씨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가출해 홀로 생활하던 중에 아르바이트 구인을 가장해 접근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회유에 넘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송금 역할 외에 기망행위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머물 곳을 구하다가 성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가족적 위기 △교육적 위기, △개인적 위기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6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위기청소년 현황 및 실태조사 기초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8%가 조건만남에 대한 유인이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는 실제 조건만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온라인 상에서 청소년 유해정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인식하고 점검을 강화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는 유튜브, 랜덤채팅앱, SNS 등에서 유해정보를 점검하는 청소년유해매체점검단 정규 상시점검인력을 지난해 18명에서 올해 118명으로 확대했다. 또 아르바이트 청소년에 대한 근로권익 보호 사업도 올해 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위기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함께 주거·취업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관련 부처 간의 정보 연계를 위해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을 위한 정보시스템도 별도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구축이 완료되면 보다 협력이 잘 이뤄지고 위기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