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폭행범 채용 못 걸러낸다…지방公社보다 더 느슨한 일반공기업

[단독]성폭행범 채용 못 걸러낸다…지방公社보다 더 느슨한 일반공기업

정세진 기자
2022.09.22 10:31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2.9.20/사진=뉴스1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2.9.20/사진=뉴스1

신당역 역무원 살해범 전주환(31·구속)이 음란물유통 전과자임에도 지방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 입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 산하일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지방공기업보다 성범죄자가 취업하기 더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에 성폭력으로 처벌받았거나 미성년자 성폭력·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부 결격사유로 채용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공기업 측이 이같은 범죄사실 유무를 조회할 방법은 없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수형사실'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지자체 산하기관보다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등의 채용 기준이 더 느슨한 셈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50개 기관은 채용시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를 준용해 적용한다. 국가공무원법 제 33조에 따르면 성폭력 처벌법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아동청소년법에 따른 성폭력 범죄 등으로 파면·해임되거나 치료 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임용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온라인상 음란물 유포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다음 달 11일까지 의견수렴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 기관이 직원을 채용할 때 수형 사실이나 범죄 전력 등 결격사유를 조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기관 임원의 경우 공공기관 운용에 관한 법률 (공운법) 34조에 결격사유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경찰청에 신원조회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임용시 결격사유는 공운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지침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는 탓에 경찰청에서도 신원조회가 불가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350개 공기업 등에서 채용시 공무원법에 규정된 결격사유를 조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직 중인 직원의 범죄사실이나 수형사실도 조회할 수 없어 개인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에는 보안업무규정 등에 근거해 공공기관 임직원을 상대로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조회가 가능했지만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직원을 상대로 한 신원조회 관련 규정이 삭제됐다. 당시 정부는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환도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 시 수형사실 조회는 거쳤다. 서울시 산하 공사인 서울교통공사는 행정안전부 결격사유 조회 업무처리 요령' 지침에 따라 채용 시 등록기준지(시·구·읍·면) 또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e하나로포털) 등을 이용해 △파산선고 사실 △수형 사실 △후견등기 사실 등을 조회하도록 하고 있다.

전주환의 경우 온라인 음란물 유포로 벌금형을 받아 서울교통공사에 통보되지 않았다. 수형 사실은 △금고이상의 형의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실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한 후 10년(3년 이하의 징역·금고의 경우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실 △법률 또는 판결에 의하여 자격정지 또는 자격상실 중에 있는 사실 등에 한정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격정지 이상 수형 사실은 등록기준지인 시·군·구·읍·면에 통보하게 돼 있고 행안부가 이들도 관리하다 보니 업무처리용으로 행안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등에서도 임용 시 결격사유 조회가 가능하려면 법개정이 필요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과 역행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하 공공기관에서 법률에 근거해 최대한 결격사유를 검증하고 있지만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며 "공공기관, 정부출연기관, 지방 공기업 등 직원을 대상으로 범죄 사실을 조회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라는 큰 흐름에 역행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