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땅꺼짐...옆 도로도 '쩍' 갈라져
책임 주체는 관리사무소...구청, 반년째 시정 요구
반년만에 업체 선정 단계..."더 늦어지면 과태료 부과"

10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어느 아파트 밀집 지역. 아파트 두 단지 사이로 난 차도(車道)에 아스팔트가 '쩍쩍' 갈라져 있었다. 흡사 거북 등껍질 같았다. 아스팔트 한가운데는 움푹 가라앉아 있었다.
깨진 부분을 두 발로 밟아봤다. 아스팔트가 스펀지처럼 내려앉았다. 깨진 부분을 차로 지나면 '울렁거린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주민들은 이 깨진 도로에 아스팔트 보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이들은 '땅꺼짐(싱크홀)' 전조 증상을 의심했다. 주민들에게 땅꺼짐은 낯선 사고가 아니다. 지난해 7~8월 깨진 도로 반경 50m 안에서 세차례 땅꺼짐 사고가 있었다.
깨진 도로 옆으로 10m쯤 눈을 돌리면 땅이 절벽처럼 꺼져 있다. 지면에서 약 5m쯤 내려앉은 곳에 폭 2m 물길이 있었다. 물은 누렜고 달걀 썩은 냄새가 났다.

이 땅은 지난해 8월10일 내려앉았다. 당시 서울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마포구는 한강 이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온 편이었지만 땅 밑에 있던 노후화한 배수관이 유실됐다. 배수관은 주변 아파트가 1996년 지어질 때 매설됐다.
배수관이 유실된 자리로 땅이 내려앉았다. 배수관에는 생활 하수가 흘렀다. 땅꺼짐이 생기고 그 주변에는 아침·저녁 악취가 났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땅꺼짐을 '2차 땅꺼짐'이라 부른다. 지난해 7월2일 약 40m 떨어진 곳에서 '1차 땅꺼짐'이 있었다. 한달이 흐른 지난해 8월9일 비슷한 위치에서 또 땅꺼짐이 있었다. 1차 땅꺼짐도 메웠지만 다시 무너져 '3차 땅꺼짐'이 됐다.

땅꺼짐이 발생한 도로 일대는 원래 산이었다. 5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7월 어느 날 보니 땅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라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주민들은 아스팔트 도로 갈라짐도 땅꺼짐 '전조증상'으로 의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바로 옆 땅꺼짐으로 도로 아래 토사가 유실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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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토목공학 전문가들도 땅꺼짐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는 아스팔트 도로가 깨진 사진을 보고 "이렇게 거북이 등껍질 모양으로 갈라지고 움푹 패였다는 건 땅 속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도 "바로 옆 땅이 주저앉으면 인근 지반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포구청은 2차 땅꺼짐이 발생한 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에 보수를 요구했다. 땅꺼짐이 발생한 땅, 아스팔트 도로는 아파트 A, B단지 사이 공간에 있다. 사유지에 해당해서 아파트 관리주체에게 보수 책임이 있다.
A 단지는 지난해 8월 한 건설업체에게 보수 공사를 맡겼다. 해당 업체는 10평 남짓 사무실에 입주한 인테리어 전문 회사였다. 굴착은 했지만 유실된 배관을 다시 이어붙이지 못했다. 업체는 두 달 공사 끝에 공사비는 업체 운영비로 충당하고 지난해 10월5일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A단지, B단지는 공사비 분담을 놓고 일부 합의를 맺지 못했다. A단지는 B단지 부지 일부가 공사 지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사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포구청이 중재에 나서서 지난해 11월 설명회가 열렸고 두 단지는 공사 부지, 배수관·가스관 등 구조물 비중에 따라 공사비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 시간이 일부 지체됐다. 이달 기준 두 단지는 공사에 입찰할 건설업체들 견적서를 받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사고 위험을 안고 도로를 이용한다. 땅꺼짐 위험도 있고 겨울철 낙상 위험도 있다. 지난달 복구되지 않은 배수관 자리로 흐른 오수가 2차 땅꺼짐이 있던 곳 밖으로 흘러넘쳤다. 깨진 도로 위에 오수가 빙판을 형성했다. 한 주민은 "겨울철 유모차 끄는 주민과 노인들이 넘어질까 불안했다"며 "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고 했다.
마포구청은 보수 공사가 과도하게 늦춰지면 행정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현행 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 관리주체는 도로 등 부속시설을 유지,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지난해 여름 땅꺼짐이 발생하고 반년이 지났는데 조치가 더 늦춰진다면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