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김해 경운초등학교 5학년 3반 아이들이 쓰고 그린, 270개의 고마운 일들…그림책 <고맙습니다 : 세상을 응원하는 한 마디> 펴낸 뒤 수익금 271만원 전액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 기획한 동내화 선생님 "고마움 표현하면 세상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했지요"


아이들과 함께한 <고맙습니다> 프로젝트가 어떤 거냐는 물음에, 동내화 선생님(36)의 설명이 시작됐다.
"음, 예를 들어 기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면요. 진짜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걸 통해 저희한테 세상을 보여주시잖아요. 그러면서 세상과 삶의 변화를 만들어주시는 일이지요. 그리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고 계셔서 감사드리고요."

그걸 가만히 듣고 있자니 뜻밖에 눈 밑에 뜨듯한 것이 차올랐다. 매일 하는 일, 그러려니 당연하게 하던 일을 새삼 조곤조곤 설명하며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 필요 없지 않다고 믿게 해주고 또 하루를 살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나를 위한 예시 한 번에 단박에 이해되었다. 동 선생님이 초등학교 아이들과 한 게 무엇이었는지.
때는 3년 전인 2020년이었다. 김해 경운초등학교 5학년 3반 아이들 27명에게, 선생님이 제안했다. "얘들아, 우리 고마운 걸 한 번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저마다 감사한 걸 하나씩 말했다. 늘 당연하게 여겼던 소소한 무언가가 교실 안을 따뜻하게 가득 메웠다.

"길이 더러워도 묵묵히 참고 청소해주시는 환경미화원께 감사합니다."
"간호사님이 아픈 사람을 간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외할머니가 살아계셔서 고맙습니다."

10주간의 <고맙습니다> 수업이 끝났고, 270개의 '감사'가 소복소복 쌓였다. 동 선생님은 그걸 책으로 만들었다. 그게 2021년 12월, 북극곰 출판사에서 나온 <고맙습니다 : 세상을 응원하는 한 마디>란 책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인세 수익을, 힘들어하는 또래 친구들을 위해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좋은 출판사에선 기부를 많이 하라고, 다 팔리지 않은 인세 271만원을 미리 주었고, 만든 이들은 그걸 전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쓰지 않을 수 없는 좋은 이야기 아닌가. 기다렸던 동내화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예상보다 더 좋았다. 중간중간 쏟아내는 유쾌한 웃음이 청량한 사람이었다.

형도 : "태양이 따뜻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내가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걸 보면 참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많았구나 싶더라고요. 새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내화 : 장난꾸러기인 친구는 "털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똥을 쌀 수 있어 고맙습니다"라고 써서 되게 재밌었고요(함께 웃음). 약사가 아버지인 아이는 "약사님 덕분에 약 먹고 건강해져 고맙습니다"라고 쓰고 그림을 그렸더라고요. 약사에게 날개를 달고, 말풍선으로 "나는 천사 약사니라"라고 썼고요(웃음). 그것도 좋아해요.

형도 : 털이랑 배변도 사실 엄청 중요한 걸요(웃음). 궁금했어요. 선생님께선 어떻게 이걸 시작하신 건가요.
내화 : 처음 생각한 건 20대 때였어요. 이런 걸 만들면 좋겠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지요. 우리나라 문화가 겸손을 중요시하고 인정을 부끄러워하잖아요. 그런데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문화를 만들면, 세상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자기 일을 기쁘게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형도 : 제가 했던 <피드백 프로젝트>와도 비슷해요. 단골 떡볶이 가게 사장님께 "이 집 떡볶이가 최고 맛있다"고 했더니, 연세가 지긋한 사장님께서 주름이 패도록 환히 웃으셨지요.
내화 : 그렇죠. 저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와, 고마운 게 이렇게 많네' 마음을 떠올릴 것 같았어요. 아이들에게도 "너희가 따뜻한 세상 만들 수 있어", 그래서 2020년에 5학년 3반 아이들과 시작했지요.

형도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신 걸까요.
내화 : 교실 TV로 한글 프로그램을 켜놓고요. "얘들아, 고마운 걸 생각해보자"해서 애들이 말하면 그걸 받아쳤어요. 그리고 자기들이 뭘 그리겠다 하고, 글을 쓰고 그린 거지요.

형도 : 27명이니, 10주만에 270개가 완성된 거고요.
내화 : 맞아요. 매주 스캔하고 편집해서 애들에게 보여줬지요. 근데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거예요.

형도 : 저도 그렇더라고요. 보다가 어쩐지 눈물이 나기도 하던걸요.
내화 : 사실 저도 자책을 많이 하는 성격이거든요. 자기 비난도 많이 하고, 부정적인 기분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맙습니다>를 아이들과 그리고 쓰면서, 뭔가 치유 받고 응원받는 기분이었어요. 되게 행복해지더라고요.

외할머니가 살아 계셔서 고맙다고 그린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농사짓는 할머니 모습을 그렸다. 벼와 낫을 들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를. 그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 좋았단다. 아이가 다쳐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했었는데, 할머니께서 실제로 너무 착하시고 좋았다고.
독자들의 PICK!
형도 : 그걸 하나하나 쓰면서 아이들도 많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화 : 대부분은 좋아했지만, 처음에 좀 냉소적이었던 아이도 있었거든요. "굳이 이걸 해야되나요?" 그러면서요. 그런데 처음에만 그랬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가수가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하기도 하고, 경비원님께 택배 받아주셔서 고맙다고 쓰기도 하고요. 다하고 난 다음엔 그러더라고요. "선생님, 제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형도 : 잘됐네요(웃음). 아이들이 책 나온 다음에 기뻐했겠는데요.
내화 : 책 나오는 데에 1년 정도 걸려서, 6학년에 된 다음에 전해줬어요. 애들이 너무 기뻐하더라고요. 지금은 중학생이 됐는데, 마주치면 엄청 반갑게 인사해요. "이 책 맨날 봐요"라고 얘기해줘서 고맙고요.

실제 아이들이 전한 감사의 말을 살펴보았다. "책을 만들면서 고마운 걸 자꾸 생각하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고마워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단 걸 느꼈습니다(이채윤)." "엄마가 떡볶이를 사주는 그림을 그린 게 기억에 남습니다(김민후)." "이렇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도 고마운 게 많더라고요(이수진)." 그러는 동안 아마 몇 뼘정도는 자라지 않았을까 하고.

책의 수익금 271만원은 전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단다. 아이들과 학부모들 모두 그리하는 것에 동의했단다. 국내 아동을 지원해달라고 기부했다. 어느 착한 남학생은 "선생님, 저 기부해서 정말 기뻐요"라고 했단다. 동내화 선생님은 그러면서도 자책했다. '혹여나 형편이 힘든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아이들에겐 소중한 돈일 수도 있는데'란 생각이 들어서. 빠짐없이 마음을 두루 섬세히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형도 : 실은 선생님의 이야기도 좀 궁금해요.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어떤 배경이 뭔가 있는 건지요.
내화 : 류시화 작가님께서 번역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란 책이 있었어요. 거기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뉴욕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넌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야"란 리본을 달아줬어요. 그러면서 "리본을 더 나눠주며 네게 소중한 사람 세 명에게 전해라"라고 했지요. 그런데 마지막에 전달받은 사람이 그랬대요. 실은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죽으려고 했는데, 리본을 보고 그러지 않게 됐다고요.

형도 : 참 뭉클한 이야기네요. 말의 힘이란….
내화 : 그렇지요. 류시화 작가님께 허락받고 그 이야길 영상으로 만들었었거든요. 그랬더니 감동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제게 아이들한테 이런 걸 가르치고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 대학원에서 배우고, 아이들과 시집이나 문집을 만들고 그랬고요.
형도 : 어떤 마음에서 그런 걸 하시는 걸까요.
내화 : 내게 이익되는 것 말고 세상에 이익되는 뭔가를 하고 싶다, 그런 거지요. 세상에 필요한 일이요. 제가 하나님을 믿는데 <소명>이란 책을 읽으며 더 그렇게 느꼈어요.
그리고 그 책의 20페이지엔 이런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기를 원한다'고.

에필로그(epilogue).
그림책을 낸 적도 있는 작가인, 동내화 선생님은 필명이 '밑가지(나무 밑부분에 돋아난 가지)'라고 했다. 다들 위에 있는 가지가 되려고 하지만, 스스로는 밑에 있는 가지가 되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단 마음이란다.
김해 경운초를 떠나온 지금, 학교에선 상대적으로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이란 걸 연결해준단 사람. 그에 힘입어 더 밝아진 아이들을 보며 행복하단 좋은 선생님. 때론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와 갈등도 겪는 용기 있는 이. 교육부에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교육 자료는 다른 선생님과 기꺼이 나누는 이타적인 존재.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말에 선생님은 끝으로 이리 답했다.
"모두에겐 못 그럴 수도 있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