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2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있는 박모씨(58)의 5평 남짓한 단칸방은 바깥처럼 싸늘했다. 실내 온도는 18도를 가리켰지만 얇은 벽과 문틈 새로 끊임없이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문에 단열재를 붙이고 벽면에는 책장과 옷서랍을 뒀지만 한기를 막을 수 없었다.
박씨는 방안에서도 내복에 두꺼운 방풍바지, 패딩 점퍼를 입고 수면양말과 슬리퍼를 신는다. 박씨의 집안 한켠에는 가스 난로가 놓여져있었다. 한기를 막기위해 잠깐씩 켜지만 그마저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 난로에 사용되는 가스 가격이 1통당 3만원에서 올해 4만1000원으로 오르면서 난방비 부담은 더 커졌다. 박씨는 "가스 난로는 정말 추울 때만 켜는데 하루에 다섯 시간 때면 한 달에 두 통을 써서 가격이 부담된다"고 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겨울 한파와 급등한 난방비 부담으로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 요금은 Mcal(메가칼로리)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19.69원으로 전년보다 37.8%, 38.4% 각각 올랐다. 지난 1년간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률은 42.3%에 달한다.
이 때문에 판자촌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난방 취약계층의 집안 온도가 낮아졌다. 이날 방문한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한모씨(67)의 반지하 방도 냉랭한 상태였다. 한씨는 지난해 10만원가량 나왔던 난방비가 15만원이 넘자 실내 온도를 23도에서 20도로 낮췄다. 방바닥 군데군데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한씨는 집안에서 군용 내피(깔깔이)를 입고 침대 위에 깔아둔 전기장판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외풍이 심한 창문 전체를 단열비닐(뽁뽁이)로 감싸고 열기가 빠질까봐 화장실 창문까지 굳게 닫았다. 단창 하나를 사이에 둔 한씨의 주택 뒤편으로는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다.
난방비를 걱정하는 주민들은 보일러를 끄고 옷을 껴입었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이모씨(76)는 잘 때마다 패딩 점퍼를 껴입고 양말과 덧신을 신는다. 가스보일러를 트는 건 씻을 때뿐이다. 이씨는 "따뜻한 건 기대도 안 하고 습기만 없애는 용"이라고 했다. 또다른 구룡마을 주민도 "잠을 잘 때 양말 속에 핫팩을 넣어둔다. 화상 위험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올해 1분기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9조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을 오는 2026년까지 해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2분기 이후의 요금 추가 인상은 사실상 확정됐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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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겨울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박씨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부탄가스보다 가격이 싼 전기난로를 쓰는데 지난달 전기요금이 10만1110원으로 구룡마을에 20년 사는 동안 가장 많이 나왔다"며 "아끼고 아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반지하 방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모씨(26)도 "평소에는 난방비가 4만~5만원 나왔는데 이번 달엔 갑자기 8만원이 나왔다"며 "난방비가 더 오르면 식비나 기타비용을 줄이면서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노인 질환자 등 더위·추위 민감계층 177만6000가구에 대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이들 가구는 이달부터 오는 3월까지 추가로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받게 된다. 가스공사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올겨울 요금할인 폭을 3만5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