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정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핫 플레이스'로 알려진 한 음식점. 활짝 개방된 테라스 통창을 향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왔다. 평일 낮인데도 테라스 자리는 만석이었다. 이날 온도는 28도로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실내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 쾌적했다. 직원은 "테라스 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에어컨을 틀고 테라스 통창을 항시 개방한다"고 말했다. 이 레스토랑 맞은편 음식점도 통창을 모두 개방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개문 냉방' 영업은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도 흔했다. 최근 저녁 시간대 기자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방문했을 당시 수많은 선술집 등을 비롯한 포장마차·라운지바, 심지어 핫도그 음식점도 통창을 개방한 상태로 영업했다.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가게는 시끌벅적했지만 그렇지 않은 가게는 대체로 한적했다.

초여름을 지나는 시점, 자영업자들은 '개문 냉방' 영업을 해야 손님들이 많이 모인다고 입을 모았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바(BAR)를 운영하는 20대 남성 김모씨는 "몇년 전부터 음식점과 술집의 한쪽 벽면을 개방형으로 만들어 테이블을 배치하고 야외 테라스식으로 꾸미는 것이 유행"이라며 "시원하고 탁 트인 공간에서 음식과 술을 먹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손님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들이 즐겁게 술 마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씩 쳐다보며 '오 저기 좋아 보인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님들은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점포들을 반긴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만난 20대 남성 정모씨는 "여름에는 실내보다 루프탑이나 통창이 열린 술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박모씨도 "전기요금을 내고 전기를 사용하는 게 잘못이냐"고 반문하며 "개문 냉방을 하는 업장이 에어컨을 안 켜서 더우면 다시 찾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로 문을 열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전기가 소요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개문 냉방은 문을 닫고 냉방기를 틀 때보다 전기요금이 최대 3배 더 나온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 부하가 걸려 전력 정전 또는 불안정한 전력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전력 소비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562만TWh로 세계 7위다. 반면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가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을 나타내는 순위에서 38개국 중 3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30위인 멕시코와 27위인 튀르키예보다 효율성이 낮았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은 (개문 냉방과 관련한) 규제를 하기보다는 권고를 한다"며 "업주들이 자제해줘야 되는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수렴 없이 규제를 하면 반발이 나오기 쉬운 만큼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면서 약간의 경제적 이득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