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찰청 치안 대책 '집중 도보 순찰' 동행기

"사장님 안녕하세요~ 추석 대목이라 바쁘시죠?"
"아이고 또 오셨네! 애 많이 쓰셔요."
지난 14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 인근. 동대문구 관내 소속 경찰관 1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일부터 실시된 '집중 도보 순찰'을 위해서다.
집중 도보 순찰이란 순찰차 근무나 상황 근무자를 제외한 경찰관 10여명이 다중밀집 지역이나 범죄 취약 장소를 매일 2~3시간씩 도보로 순찰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 범죄의 대책으로 경찰청이 마련한 치안 대책 중 하나다.
이날 9개의 지구대·파출소에서 차출된 경찰관들은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를 걸어서 순찰했다. 청량리 종합시장은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 전통시장으로 청량리역 일대에 형성된 9개의 전통시장을 일컫는다. 경동시장, 약령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등이 청량리 종합시장에 속해 있다.
큰 규모만큼 유동 인구도 많다. 집중 도보 순찰에 나선 경찰관들을 따라 들어간 경동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종종걸음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하고 어깨 등 신체를 부딪치는 일도 잦았다.
동대문경찰서는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를 집중 도보 순찰 지역으로 정해 한 달간 순찰할 방침이다. 순찰과 함께 주민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경찰관들이 시민과 가까워질수록 치안 불안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동욱 동대문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시민들이 가진 치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순찰보다 주기적인 만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범죄 예방을 넘어 범죄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을 비롯한 경찰관들은 2시간 동안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 권성숙씨(70)는 지나가던 경찰관들을 반갑게 맞았다. 매대에 내놓을 복숭아를 정성스레 정리하며 "또 오셨냐"고 웃었다. 권씨는 "오늘 아침에도 경찰분들이 왔다 갔다"며 "경찰들이 자주 순찰을 돌아주니 아무래도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명절 연휴를 앞둔 시장은 소매치기 등으로 매년 곤욕을 겪는다. 청량리 종합시장 기획 이사이자 경동시장에서 견과류를 판매하는 이상렬씨(45)는 "시장은 유동 인구가 많다 보니 흉기 난동 같은 흉악 범죄보다 소액 절도 같은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며 "상인회에서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해 대응하고 있지만 명절에는 소매치기가 2~3명은 잡힐 정도로 절도 사건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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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렇다 보니 경찰분들이 순찰을 돌아주시는 게 좋다. 제복 입은 경찰관들의 존재 자체가 감시망 역할을 하다 보니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방문하는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견과류 상점 앞에서 만난 조천순씨(72)는 "얼마 전에도 술 취한 사람이 버스에서 내린 뒤 따라와서 얼마나 마음이 철렁했는지 모른다"며 "지난해 이맘때쯤 시장에 장 보러 왔다가 가방에 넣어놨던 돈을 누가 훔쳐 갔는데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는 명절에 순찰을 해주니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옆에 서 있던 김옥곤씨(80)는 "이 가방에서 돈을 가져갔다"며 배낭을 기자에게 내보였다.
집중 도보 순찰 중 수배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집중 도보 순찰로 경동시장 노상을 지나던 경찰관들은 곁눈질로 순찰팀을 보며 지나가던 A씨를 발견했다. A씨의 불안한 모습을 본 경찰관들은 수상함을 느끼고 불심검문을 실시했다. 알고 보니 A씨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벌금을 내지 않은 채 숨어다니던 수배자였다.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벌금을 완납하게 한 뒤 A씨를 귀가 조치했다.
집중 도보 순찰에 참여한 용신지구대 소속 김형석 순경은 "청량리 종합시장이 넓어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위치를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도보 순찰을 하면서 지리를 익히게 되니 유익한 것 같다"며 "주민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농2파출소 소속 정성훈 경사는 "집중 도보 순찰시 시민들이 모르는 것도 스스럼없이 물어보신다"며 "먼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자세로 (치안 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