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생 마약 줄게, 증언 좀" 옥중 말맞추기…'위증' 딱 걸렸다

[단독]"평생 마약 줄게, 증언 좀" 옥중 말맞추기…'위증' 딱 걸렸다

정경훈 기자, 이승주 기자
2023.11.10 06:20

구속기소된 마약 판매 사범이 구매자에게 "나에게 마약을 사지 않았다고 법정 증언해주면 평생 마약을 제공하겠다"며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가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재판을 받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주현)는 지난달 31일 각각 위증교사·위증 혐의를 받는 A씨(60)와 B씨(57)를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무죄 입증 목적으로 본인의 '마약 판매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해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고 B씨가 요구에 따라 위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21년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탈북민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한 범죄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과거 여러 차례 마약에 손을 대면서 A씨와 알고 지냈다고 한다.

둘 가운데 B씨가 먼저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혀 마약 구매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고 형 집행을 종료했다. B씨는 당시 A씨로부터 마약을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필로폰 판매 혐의는 뒤늦게 발각됐고, 그는 B씨의 형기가 끝난 뒤에야 구속기소 돼 원주교도소에 수용됐다. 그런데 같은 시기 B씨가 다른 마약범죄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A씨와 같은 방에 배치됐다. 이때부터 A씨는 본인의 무죄 판결을 받아낼 목적으로 B씨와 여러 차례 위증 모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B씨에게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우리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고 마약 거래가 있었던 날 다른 일 때문에 잠깐 얼굴을 본 것'이라고 말해달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마약을 샀다'고 증언해달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부탁을 들어주면 평생 마약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교정시설은 두 사람이 과거 마약 사건의 공범임을 인지한 뒤 분리 수용했지만, 이들은 다른 수형자를 '메신저'로 활용하며 말맞추기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B씨는 지난 5월 A씨의 마약 판매 혐의 사건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요구받은 대로 증언했다. 본인이 수사받을 때 "A씨로부터 마약을 샀다"고 한 진술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검찰은 위증을 의심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에 쓰인 메모 등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같은 교도소에서 생활했던 수감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이미 춘천·정읍 교도소로 이감된 참고인들에 대해서는 화상 조사를 진행해 A·B씨가 위증을 준비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한 참고인이 B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교사 정황을 증언한 것이 범죄 입증에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B씨는 마약 판매 혐의로 1심에서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최근 검찰의 인지 수사로 A씨와 함께 위증 사건 재판을 추가로 받게 된 것이다.

B씨 1심 공소를 유지하고 위증 사건을 수사한 이하은 원주지청 검사는 "위증은 중대한 범죄로 발각되지 않은 경우 재판부를 속이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결과를 불러온다"며 "친한 사람이 부탁하니까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해도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정 증인 선서의 무게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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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경훈 기자입니다.

이승주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이승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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