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오후 8시쯤 서울 송파구의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정문 앞. 대학생 7명이 과잠(학과 점퍼)과 형광색 조끼를 입고 모여들었다. 이들의 정체는 대학생 순찰대. 학생들은 한 손에 빨간색 경광봉, 다른 한 손엔 손전등을 들고 학교 내부, 올림픽공원 일대, 인근 고등학교 등을 1시간 넘게 순찰했다.
학생들은 인적이 드문 어두컴컴한 지역에 손전등을 비춰 위험 요소들을 살폈다. 도로 위에 전동 킥보드가 있으면 제자리에 옮겨놨다. 거리에 주취자나 고성을 지르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도 했다. 한체대처럼 대학생들이 순찰대원으로 참여하는 학교는 서울 지역에 9곳으로, 현재 약 315명이 참여 중이다.
최근 대학교 내 성범죄, 안전사고 등이 증가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캠퍼스를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순찰 활동을 독려하고 공동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대학생 순찰대를 출범했다.

한체대 학생들은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2~3번씩 약 9개월 동안 순찰 활동을 해왔다. 초창기만 해도 운동건강관리학과 학생 5명이 모였지만 현재는 15명까지 인원이 늘어났다. 대학생 순찰대 활동을 하면 사회 봉사 30시간에 1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또래 친구들과 교류하기 위해, 사회 봉사 시간을 받기 위해, 경찰이란 직업에 관심이 있어서 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도, 매서운 겨울날도 5~6명의 학생들이 매주 모여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흥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 순찰에 나서는 대원들과의 의리, 스스로 학교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컸다.
한체대 대학생순찰대 단장 김서진씨(23)는 "밤 늦게 순찰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팀원 혼자 돈다고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혼자했다면 절대 꾸준히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다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거라 참석률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체대 학생들은 순찰 시간대와 순찰 지역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올림픽공원은 공간이 넓다 보니 안전 사각지대가 있었고 늦은 밤에도 산책을 나오는 어르신이 많다는 특징이 있었다. 인근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해 야간에도 학교에 머물어 순찰 지역으로 선정했다.
한체대 대학생순찰대 부단장 오용헌씨(25)는 "순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운동장이나 쓰레기장, 건물 내부 등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라며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밤에도 외부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고 건물도 개방된 경우가 많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말했다. 평소 대원들은 야외 뿐만 아니라 대학교 내부 빙상장, 지하주차장, 고등학교 기숙사 건물 등도 들어가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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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이 열릴 때마다 직접 인파 관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엔 아이유, 조수미, 임영웅, 찰리푸스 등 유명 가수 콘서트가 열렸는데 당시 수십만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교통은 마비되고 동선은 꼬이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한체대에 재학 중인 순찰대원 조하민씨는(24)는 "그날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장애인 분들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파 관리를 하기도 하고 도로 위에 교통 정체가 심할 때는 직접 나서서 교통 정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체대 학생들은 내년에는 대학생 순찰대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지금은 15명이서 활동하고 있지만 내년엔 인원을 지금보다 늘려 구역을 나눠 순찰할 것"이라며 "지금은 학과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하고 있지만 동아리로 확대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경위는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곳을 다니는 학생들"이라며 "내년에는 대학생 순찰대를 더욱 활성화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한 대학 캠퍼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