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콰로드는 적도 근처라 난방이 필요 없지만 우린 광열비, 보일러 기름값으로 지난달에만 840만원이 나갔어요."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장미 농장을 운영하는 변모씨(76·남)는 18일 "졸업식 대목인데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비닐하우스 8개동, 총 3305㎡(약 1000평) 크기의 농장에서 30년째 일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말 에콰도르와 SECA(전략적경제협력협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앞으로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에콰도르산 장미의 수입 관세가 철폐된다. 아직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통과한다면 값싼 장미가 물밀듯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장미 1단(10송이) 기준으로 에콰도르 화훼농가의 생산 원가는 한국의 13분의 1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 농가의 비닐 하우스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장미 모종을 심어서 절화(줄기에서 꽃송이를 꺾어 출하하는 작업)할 때까지 6개월간 낮에는 섭씨 26도, 저녁에는 22도로 유지해야 한다.
변씨는 지난해 12월 장미 생산비가 전달에 비해 500만원 이상 올랐다고 했다. 장미 보온을 위해 400와트짜리 보광등 760개를 켜야하고, 등유 보일러로 실내 기온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전기요금으로 700만원을 내고 유류비로 140만원을 썼다. 연 매출이 1억3000만원에 달하지만 생산비로 700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전기료와 등유가격이 오르면 생산비는 높아진다.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외국인 노동자 2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150만원이던 외국인 노동자 1개월 임금이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25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는 아르바이트생 2명과 함께 1000평 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변씨 농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모씨의 장미 농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부가 함께 1000평 규모 농장을 운영하면서 지난달 농약과 비료, 전기요금 등을 합쳐 약 1500만원을 썼다. 인건비를 따로 지출하지 않으려고 부부 2명이서 농장을 운영한다. 이씨는 평균 1년에 1억2000만원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비료, 농약과 전기료 등을 제외하면 3000만~4000만원의 수익이 남는다.
이씨는 "장미 수요가 많은 크리스마스나 5월에는 소비자가격이 1단에 2만~3만원이기도 한다"며 "올해 1월에는 수요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싼 수입꽃이 너무 많이 들어왔고 시민들도 물가 부담 때문에 꽃을 덜 산 것 같다"며 "졸업식도 12월부터 2월까지 분산되면서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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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양시에는 160여 농가가 장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농협에 따르면 10년 전 200여 농가가 장미를 키웠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농장수가 줄고 있다.


농협에서는 고양시 덕양구에 파주와 고양 일대 장미 농가를 상대로 고양시장미산지유통센터를 운영한다. '고양화훼 공동선별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에선 절화작업을 마친 장미를 △ 품종 △모양 △크기 △굵기 등으로 구분해 선별해 공동규격으로 포장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등으로 납품한다.
김대성 고양시장미산지유통센터 센터장은 "졸업 날짜를 2~3일 내에 해버리니까 꽃을 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강당이나 교실에서 간단하게 하는데 여기에 종이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며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생화 대신에 캐릭터 인형이나 종이꽃, 비누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했다.
또 다른 유통센터 관계자는 "장미 가격이 오르긴 했는데 생산원가를 감안하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라며"농가 매출 감소분이 더 크다"고 했다.
변씨 등 고양지역 장미 농장주들은 오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을, 26일에는 세종시의 농림축산식품부 청사를 찾아 국회 비준 동의 반대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