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화 테이블" 제안에도 교수 집단사직 가닥…어수선한 분위기에 "개인병원 소개" 목소리도

"매번 1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는데 오늘은 20분 대기하면 될 정도로 한산하네요."
25일 낮 11시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뇌종양·뇌하수체 종양 센터 앞에서 만난 최모씨는 대기 화면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11시30분 예약으로 병원을 찾은 뒤 본인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화면에는 환자 6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을 진료하는 교수는 단 1명이었다. 화면 하단에는 '대기 시간 20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최씨는 "몇 년 전 머리 수술을 받고 나서 정기적으로 약을 받으러 온다"며 "오늘은 뇌하수체 교수님 말고 다른 교수님은 진료를 안 보시는 것 같다. 환자들 수도 평상시와 달리 적다"고 말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 상당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이날, 주요 병원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날 정부가 의료계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 했다. 그러나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 시간 축소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일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현실이 됐다.
전의교협은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진료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김모씨(77)는 이날 남편의 혈당 검사를 위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의사분들이 시위하는 게 일부 이해가 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에 영향을 받게 되니 이게 맞나 싶다"며 "특히 암 환자나 수술 환자는 걱정이 클 것 같다"고 밝혔다.
당뇨병 센터 앞 대기석에는 듬성듬성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김씨는 "매달 병원에 온다. 평소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줄어든 의료진 수에 맞춰 병원 측에서 병상 가동률을 줄이면서 병동 분위기도 한산했다. 며칠 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위해 입원한 뒤 내일 퇴원을 앞둔 김모씨(80)는 "수술이나 입원은 예정대로 진행됐다"며 "전공의 숫자가 줄었다는데 이 영향으로 환자 수도 줄어서인지 치료받는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교수들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오후 6시 의과대학 학과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안석균 연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에서 "비대위에서 교수님들의 자발적 사직서를 취합해 오후 6시 의과대학 학과장에게 일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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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역시 이날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예고됐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의대 기초의학교실·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교수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15~19일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자발적 사직에 동의했다.
혈액암 치료를 위해 이날 낮 12시20분쯤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김모씨(74)는 "자주올 땐 1달에 2번 오는데 전공의 파업 이후 교수님만 진료에 들어온다"며 "그래도 아직까진 일정을 잘 지켜준다. 오늘은 CT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 소식에 환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정모씨(40)은 "녹내장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 1달에 1~2번 정기 검진받으러 온다"며 "수술을 앞둔 분들은 수술받지 못해 교수님들이 개인 병원을 소개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