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첫 안타, 메이저리그 첫 타점"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29일 오전, 이 같은 한글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날 경기에서 MLB 무대에 데뷔한 야구선수 이정후(26)의 활약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타자로서 KBO리그를 평정한 이정후는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52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MLB에 진출했다. 당초 미국 매체들은 이정후의 적정 계약 규모를 9000만달러(약 1210억원)로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이정후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계약금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팀메이트였던 김하성(29)이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로 MLB 데뷔전을 치렀다.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에 4대 6으로 졌지만, 이정후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데뷔전에서 이정후는 4타석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5회 초 일본의 간판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첫 안타를 신고했고, 7회에는 희생 플라이로 첫 타점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의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MLB 데뷔전에서 안타를 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좌완 투수를 상대로 첫 타점을 얻어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이정후를 칭찬했다. MLB라는 트랙 위에 선 이정후의 질주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정후는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데뷔전을 치르기 전부터 이정후에게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아버지이자 한국 야구의 전설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이종범의 아들이란 이유로 소년에게는 늘 매스컴의 관심이 쏟아졌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정후는 개그맨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방송에서 이정후는 "제가 야구를 하는 동안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아버지였다"며 "잘했을 때 저도 칭찬받고 싶은데, 주변에선 늘 이종범 아들이면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회상했다.
시기와 질투가 담긴 시선도 많이 받았다는 이정후는 "잘할 땐 당연한 거지만, 못하는 날엔 '이종범 아들이면서 왜 저것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감독님들도 혹여나 특혜 논란이 일까 봐 저를 다른 선수보다 엄격하게 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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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이정후는 묵묵히 야구에 집중했다. 데뷔 시즌인 2017년 고졸 신인 최초로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47타점, 장타율 0.417 등의 성적을 냈다. 그해 신인상은 당연히 이정후의 차지였다.
이후 KBO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선 이정후는 2022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22년 이정후는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1위), 193안타(1위), 23홈런, 113타점(1위), 장타율 0.575(1위) 등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겼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이후 12년 만에 '타격 5관왕'에 오른 이정후는 시즌 MVP(최우수 선수)까지 독점, 1994년에 MVP를 받았던 이종범과 함께 세계 최초로 '부자(父子) MVP 및 타격 5관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된 이정후는 꿈의 무대 MLB 진출에까지 성공해 이종범을 뛰어넘었다.

"내 동생이랑 사귄다고? 왜?"
이정후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제 고우석(26)으로부터 자기 여동생과 열애 중이란 소식을 처음 들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후는 "2022년 말에 고우석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며 "잠결에 받았는데 자기가 내 여동생과 사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고 있다가 전화를 받아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일단 알겠다고 답한 뒤 끊으려고 했다"며 "고우석이 괜찮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고 다시 잤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잠에서 깬 뒤 고우석 말이 생각나 다시 전화를 걸어 '내 동생이랑 사귄다고? 왜?'라고 물었다"고 부연했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1998년생 친구로, 중학교 시절부터 KBO리그 무대에서까지 경쟁하던 관계였다. 이정후 입장에선 친구이자 경쟁자인 고우석이 갑자기 자기 여동생과 연인이라고 밝히니 당황했을 법한 상황이다. 이후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이가현씨와 결혼해 이종범의 사위이자 이정후의 매제가 됐다.
고우석도 이정후와 함께 올해부터 MLB 무대에 도전한다. 고우석은 김하성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총액 450만달러(약 60억원)에 계약했다. 다만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고우석이 미국 무대에 적응해 처남인 이정후와 MLB에서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