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면 기로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 최후 진술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일정한 목소리 크기로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내용을 완전히 외운 듯 자연스러웠다. 국회나 야당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잠시 커지기도 했고 맞은 편에 앉아있는 국회 측을 노려보기도 했다. 청구인 자리에 앉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묵묵히 윤 대통령을 응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11차 변론기일이자 최종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순서는 양측의 증거 조사를 마친 후, 양측 대리인단의 종합 변론이 각각 2시간씩 이어졌다. 이후 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시간제한 없이 각각 최후 진술을 했다. 정 위원장은 약 41분간, 윤 대통령은 약 68분간 입장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11분쯤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해 25분 만인 오후 4시36분쯤 서울 종로구 헌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 최후 진술이 끝날 때까지 대심판정에 들어오지 않고 대기하다가 오후 9시5분쯤 본인 차례가 되자 입정했다. 남색 정장을 입고 빨간 넥타이를 맨,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왼손으로는 이미 읽은 원고를 고정시켰고 오른손은 다 읽은 종이 원고를 한 쪽으로 넘기기 위해 위쪽에 올려뒀다. A4용지 77장으로 이뤄진 원고에는 꽤 큰 글씨가 빽빽했다. 사전에 원고를 살폈던 것인지 손으로 넘기기 편하게끔 종이의 오른쪽 위편 구석을 접어둔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은 지난 탄핵심판 과정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손짓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목소리도 차분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 등과 같은 주장을 할 때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비판할 때만 목소리가 커졌다. 윤 대통령은 드론 관련 예산이 일방적으로 삭감된 일을 거론하면서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이렇게 핵심 예산만 딱딱 골라 삭감했는지 궁금할 정도다"고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야당을 비판하면서는 기존에 배포된 원고에 없던 말이 추가되기도 했다. '국회의 권한을 마구 휘둘렀다'는 문장을 "국회의 권한을 마구마구 휘둘러왔다"고 바꿔 말했다. 본인의 체포에 관해 말하던 중에는 "저 역시도 수사업무에 26년 종사했지만 이런 여러 수사기관이 무차별적으로 한 사건 달려드는 꼴은 본 적이 없다"며 국회 측을 노려봤다. 이 때 정 위원장과 잠시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다만 청년, 국민 같은 단어가 나오자 다시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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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68분 동안 말을 이어가며 단 3번만 물을 마셨다. 최후 진술을 마치고는 재판관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된 오후 10시15분,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과 인사를 나눈 후 대심판정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