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 잠식 상태에 있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400억원에 인수했다가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재판이 뜻밖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설립 후 3년간 매출이 전혀 없던 바람픽쳐스가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흥행에 성공해서다. 앞으로 재판이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배임증재 및 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2017년 2월 자본금 1억원을 들여 설립한 바람픽쳐스가 아무런 성과를 못내고 있음에도 고가에 인수해 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미치게 했다는 혐의로 김 전 대표 등을 기소했다. 카카오의 다른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사례와 비교해봐도, 유독 바람픽쳐스에 유명 작가나 연출진을 영입하겠다며 총 337억원의 자본을 투자하는 등 이례적인 특혜와 지원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김 전 대표 측은 투자 후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음을 고려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고가 인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잠재 가치를 따져 투자했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과 달리 IP(지적재산권) 등을 기준으로 투자 가치를 결정해야 하는 엔터업계 특성상 인수 당시 가치보다는 잠재 가치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바람픽쳐스는 김은희 작가, 박호식 PD 등 최고의 작가와 감독을 보유했었다"며 "매수를 위해 500억~600억원 이상은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400억원이면 싸게 샀다고 생각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어떤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바람픽쳐스의 가치를 판단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이 김 전 대표 측 주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바람픽쳐스 잠재 가치를 따져 투자했다는 김 전 대표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나중에 투자가 성공했다고 당초 배임의 고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사건 초기부터 배임 여부를 다투는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손해없는 투자였음이) 입증된 것이니 피고인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바람픽쳐스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 등 흥행작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시리즈(비영어권) 1위를 차지했다. '악연' 역시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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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의 재판은 현재까지 5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오는 25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313호 법정에서 6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