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 광명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 외벽은 검게 그을렸고, 곳곳에서 탄 냄새가 진동했다. 실외기는 녹아내려 바닥에 떨어졌고, 방충망과 창문 난간 등 구조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18일 오전 기자가 찾은 화재 현장은 전날 화재의 참혹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화재로 아파트 주민 3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 65명이 발생했다.
40대 여성 이민아씨는 "인근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전날 밤 사이렌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니 불이 나고 있었다. 불길이 번지고 터지는 소리까지 들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옮겨붙을까 봐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고 했다.
50대 여성 A씨도 "우리 집은 바로 앞 고층 아파트인데, 처음엔 밖에서 누가 '불이야!' 외치는 소리에 놀라 창밖을 봤더니 1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짐을 챙기고 피신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말다. A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오크팰리스 아파트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서 불이 시작해 연기가 위로 번지는 장면이 담겼다. 주차장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고, 연기는 빠르게 위층으로 확산했다.
인근 상점 주인 박모씨(40)는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가 보니 불길이 막 보였다. 전기차가 터졌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아파트가 시커멓게 그을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오전 9시30분부터 경찰과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쉼터에 모였다. 체육관 내부에는 30여동의 텐트가 설치됐다. 주민 김동춘씨(51)는 "불이 났을 때 소방이 올 때까지 집 안에 있었다.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 봐 아직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정확한 화재 원인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9시5분쯤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밤 10시32분에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은 필로티 구조의 아파트 1층 주차장 천장 부근에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다른 발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 돌았던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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