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풀려났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선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후 통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라고 했다.
11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은 현지시각 11일 오전 1시20분(한국시각 오후 2시20분)쯤 석방됐다. 이들은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하기 위해 하츠필드-잭슨애틀란타 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전세기는 현지시각 11일 정오(한국시각 12일 새벽 1시)쯤 애틀란타 국제공항을 출발한다. 인천공항에는 12일 오후 5~6시쯤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오후 앤드류 베이커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나 구금 문제 해결과 비자 제도 개선 협력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특히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한미 워킹그룹 협의 개최에 집중하자는 조 장관의 제안에 베이커 부보좌관도 동의했다. 베이커 부보좌관은 대규모 대미 투자가 이뤄지는 현실을 현 비자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도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이민법인 대양 대표는 "공장을 (미국에) 지으려면 한국에서 만든 생산라인을 설계자가 직접 현지에서 보면서 세팅해야 하는데 특히 반도체 분야는 미국에 관련 기술자나 전문가가 없다"며 "한국인 전용 미국취업비자(E-4)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특별비자 신설뿐 아니라 기존 비자의 활동범위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익태 CIL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는 "(입법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면 특별비자 신설을 제안하는 동시에 행정적으로 기존 비즈니스 비자의 활동 범위를 넓게 해석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기업의 경우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격 조건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단기간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단속 당시 사후 통보가 없었던 점을 두고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후적인 통보 (부재) 부분은 지금 잘 해결은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했다.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건 외교적 결례"라며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미국에서 원하는 바를 한국이 들어주는 방식으로 투자가 들어갔으며 비자 없이 일하는 게 아니라 설비가 들어가는 등 공장을 짓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체포·구금될 시 통보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미국에서 체포 및 구금될 시 당사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영사관을 통해 정보가 통보된다. 중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의무적으로 통보되도록 규정돼 있다.
정 교수는 "국제 규범 혹은 동맹으로서의 규범에서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지니 (통보 절차를 포함해) 비자 문제 등까지 세부적인 내용들을 협의해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한 이민법 전문의 미국 변호사는 "(자동으로) 통보된다면 자국민 보호 및 구제 측면에서는 좋긴 하다"면서도 "다만 개인의 정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 하는(현행 유지)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