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이 시작됐다. 3대 특검 수사 중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첫 구속 시도다. 권 의원의 구속 여부가 향후 국민의힘을 겨냥한 수사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권 의원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된다.
이날 1시35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권 의원은 "참담한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 때 검찰 탄압 수사가 생각이 난다"며 "무리한 수사, 부실한 구속영장 청구,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검찰이나 이재명 특검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권 의원은 "저는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며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거짓이었듯 이재명 특검의 수사도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밝히면서 잘 소명하겠다"고 했다.
권 의원은 "오늘 심문에서 어떤 점 위주로 소명할 계획인가" "통일교에서 1억원 받은 혐의 여전히 부인하나" "평소에도 통일교 관계자들과 만나오셨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조사 후 통화를 시도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학자 총재 도박 수사 정보를 알려준 적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금품 등이 담긴 쇼핑백을 받은 의혹도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교단 현안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줬다고 보고 있다.

특검 조사 대상인 현역 의원이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권 의원이 처음이다. 권 의원이 구속되면 3대 특검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들로 수사가 번져가고 있어서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당일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앞서 특검팀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환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통일교 신도들이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입당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통일교 신도들이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른바 '윤핵관'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에게 법정 최고 한도까지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상은 권 의원과 윤한홍 의원, 장제원·박성중·권명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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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도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해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법조계는 권 의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인을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공안사건에 정통한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심사의 핵심은 공여자 측 진술의 신빙성이다. 대가성 입증은 본래 어렵고 과거 관련 사건의 판례만 봐도 진술만으로는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았다"며 "사진·영상·녹취 등 직접증거나 권 의원이 현금을 본인 계좌에 입금한 금융 흔적이 없으면 유죄를 받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법조인은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증거인멸 시도 정황까지 인정되면 발부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권 의원이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건의 중대성이 크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 부장판사가 '증거인멸에 엄격한 성향'인 것도 구속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남 부장판사는 지난 7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재구속을 결정했다.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전 본부장 일기장의 '큰 거 1장 서포트(support)' '권성동 오찬' 메모 △윤 전 본부장의 부인이자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인 이모씨 휴대폰에 저장된 현금 사진(권 의원 면담 직전 촬영)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고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제시할 방침이다.
증거인멸 우려 역시 강조할 계획이다. 국회에 제출된 권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엔 '공범 수사 개시 직후 권 의원이 휴대폰을 교체하고 차명폰으로 관련자들과 연락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 보좌진이 통일교 관계자와 접촉해 수사상황을 알아보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