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장한 경찰관 두 명이 서로를 껴안았다. 야구장 중계 카메라가 이들을 비추자 황급히 몸을 숨겼다. 곧이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예방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관중들은 환호했고 금세 SNS(소셜미디어)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경찰관들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펼친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31일 오후 3시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269만회를 기록 중이다.
영상 촬영은 지난달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키움 경기 중 이뤄졌다. 두 경찰관이 다정히 껴안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자, 이를 알게 된 경찰관들은 황급히 화면 밖으로 숨는다.
잠시 뒤 이들은 '검사, 경찰이 모텔로 가라고 하나요?' '수사기관은 절대 모텔이나 특정 장소로 부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관중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경찰관들은 미국 콜드플레이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불륜 사건'을 패러디해 보이스피싱 수법을 알렸다. 시민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일부는 SNS 속 영상에 "그날 현장에 있었는데 손뼉 쳤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확실한 홍보다" "직관 갔었는데 정말 웃겼다"고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을 기획한 박성용 부천원미경찰서 중앙지구대 경위(45)는 지난 7월 보이스피싱 '셀프감금' 사례가 단 하루 동안 4건이나 접수되면서 피해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했다. 박 경위는 같은 지구대 동료와 함께 캠페인을 준비했다.
박 경위는 "한 여성은 대학병원 교수였는데 4000만원을 이체하기 직전이었다. (보이스피싱 때문에) 한 달 치 병원 예약도 다 취소시켰다고 했다. 아들을 빌미로 협박하니까 1박 2일간 모텔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모텔이라는 단어만 인식시켜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일방적인 홍보보다는 알고리즘을 타서 사람들이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는 90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증가했다. 범죄 피해액 역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기관사칭형 범죄 피해액은 675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