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능]

"본인은 얼마나 떨리겠어요.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뿐이어서 그게 또 미안하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수험생 부모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았다. 40대 학부모 차모씨는 '수능 대박 기원 초 공양'에 불을 붙인 뒤 합장하고 대웅전을 향해 여러 차례 절을 올렸다. 그의 딸은 고3으로 오는 13일 수능을 치른다.
차씨는 "열심히 공부한 만큼 시험장에서 제 실력을 흔들림 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부처님께 기도했다"라며 "평소처럼만 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수능 당일엔 출근해야 해서 따로 오진 못할 것 같아, 미리 와서 간절히 기도드렸다"라고 했다.
오후 2시부터 화엄성중기도가 열리자 법당 안팎으로 50여명이 모였다. 신자들은 기도문을 읊으며 염주를 돌렸다. 화엄성중기도는 불법 수호와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수능이 가까워지면 학부모 신자들의 참석이 늘어난다. '소원이 이뤄지는 발원의 북'을 치는 신자들도 많았다.

70대 여성 김모씨는 고3 손녀를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 그는 "얼마 전 손녀가 사관학교 입학시험에서 체력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 했다"라며 "수능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능 당일에도 절을 찾아 기도할 예정이다.
성당에서도 학부모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평일 미사가 열렸다. 신자 70여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신부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해서도 마음을 모아 기도하며 미사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지키는 신자도 있었다. 이모씨(47)는 눈을 감은 채 묵주를 쥐고 조용히 기도를 이어갔다. 그는 "아침 9시부터 성당에 왔다"라며 "아이가 수능을 앞두고 많이 불안해하던데, 직접 도와줄 순 없지만 내일은 떨지 않고 평소처럼 잘 치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라고 했다.

장모씨(53)는 성모상 앞에서 봉헌 초에 불을 밝힌 뒤 두손을 모았다. 그는 "고3 조카와 지인 아들이 시험에서 지력과 체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동성당이 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라며 "중요한 일을 앞두곤 언제나 이곳을 찾아 기도드린다"라고 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능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절실한 마음이 투영된 대상"이라며 "기도는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불안을 해소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행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이어 "기도의 주체가 수험생이 아닌 학부모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라며 "직접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