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어진 수험생 수송 작전…3수생에게 "내년엔 보지 말자"

20년 이어진 수험생 수송 작전…3수생에게 "내년엔 보지 말자"

김미루, 이정우 기자
2025.11.13 09:16

[2026학년도 수능]

문래역사거리에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운전봉사자들이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을 차량에 탑승하게 안내하고 있다. /영상=이정우 기자.
문래역사거리에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운전봉사자들이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을 차량에 탑승하게 안내하고 있다. /영상=이정우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오전 6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사거리에는 "시험 보러 가시나요?"라는 인사가 울려 퍼졌다. 사거리에는 차량 8대가 줄줄이 서며 수험생 수송 작전에 돌입했다.

문래역 사거리에는 서울시 자동차전문정비사조합원 영등포지회, 자율방범대, 영등포구청 등 소속 29명의 지원 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은 '합격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띠를 서로 어깨에 둘러주며 대비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영등포구 오전 최저기온은 7도로 제법 쌀쌀했지만 봉사자들은 "오늘은 그래도 덜 춥다"며 "파이팅!"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오전 6시55분쯤 첫 수험생이 모습을 드러내자 봉사자들 표정이 밝아졌다. 이들은 "첫 손님이야"라며 차량 문을 열어주고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뒤이어 한 여학생은 문래역 역사를 나온 뒤 봉사자를 발견하고는 "안녕하세요. 타도 되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봉사자들이 문을 열어주자 "너무 감동인데"라고 말하며 차에 올랐다.

수능 입실 마감 시간까지 1시간을 남겨둔 오전 7시10분쯤 한 학부모는 "서울대 합격 파이팅!"을 외치며 자녀를 수송차량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봉사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수송이 필요한 수험생이 있는지 좌우로 틈틈이 살폈다.

입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럴수록 봉사자는 침착한 태도로 "학생 머리 조심해서 타세요"라며 차에 탄 수험생이 잘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한 뒤 차량 문을 닫기도 했다. 차량이 나갈 때는 다른 봉사자가 주변을 살폈다.

입실까지 15분 전 큰 가방을 뒤로 메고 달려 온 박모양은 여의도여고로 가야 한다며 서둘러 차량에 탑승했다. 차에 타서는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학생들을 맞이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날씨가 포근해서 다행이다. 학생들 태워주며 표정 보니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며 "그동안 열심히 한 것들을 잘 발휘해서 수험생들 모두 합격하고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학부모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을 수송차량으로 안내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학부모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을 수송차량으로 안내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20년째 수험생 태운 봉사자들…"올해도 보람차다"

수험생 수송은 대부분 20년 이상 활동을 이어온 베테랑 봉사자들이 나섰다. 김성규 서울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영등포구지회장은 "수송 봉사를 20여년째 하고 있다"며 "항상 보람 느끼고 가끔 고맙다고 전화도 온다. 합격했다고도 전화 오고 하면 매년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항상 추웠는데 지금까지 본 수능날 중에 제일 따뜻하다"며 "허겁지겁 오면 수험생들 추우니까 차에 미리 히터를 틀어둔다"고도 했다.

같은 조합 소속 심규찬 봉사자는 "제가 태운 학생이 3수라고 하더라. 서로 내년에 꼭 보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성인이니까 수능 잘 보고 술 한잔하라고 얘기도 해줬다"고 웃었다. 그가 오전 8시에 울린 알람을 보여주며 "원래는 지금이 일어날 시간"이라고 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문래역 인근에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구청 관계자, 운전봉사자가 수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을 차량에 탑승하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영등포구청.
문래역 인근에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구청 관계자, 운전봉사자가 수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을 차량에 탑승하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영등포구청.

20년 넘게 봉사해 왔다는 최왕식 봉사자는 "늘 새롭게 뿌듯하고 좋다. 수능날이면 새벽 5시쯤부터 준비해서 나오는데 마음이 좋다"고 말했다. 신재운 봉사자는 "시간에 쫓기는 친구들도 있지만 얼굴 보고 하니까 매년 마음이 좋다"며 "날이 날이니까 정말 급할 땐 '쌍라이트' 켜고 가면 시민들이 다 비켜준다"고 말했다.

문래자율방범대원 최귀녀씨(70)는 "수험생들 지원 때문에 오늘 오전 6시30분에 집에서 나왔다"며 "특히 수능날 봉사는 평소보다 더 보람 있다. 우리 수험생들 늦으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수험생들도 짧지만 힘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한 여학생은 "열심히 보고 잘 보고 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수송 지원 차를 타고 관악고로 이동한 한 재수생은 "하던 대로 열심히 할게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문래역 사거리에서만 이날 오전 11명의 수험생이 도움을 받았다. 인근 양평역에서도 2명이 도움을 받았다.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지나갈 때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터줬다. 이른 새벽부터 모인 지역 봉사자들과 공무원들도 마지막 한 명이 수험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전 7시쯤 봉사차량에 탑승하는 첫 번째 수험생이 구청관계자와 운전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오전 7시쯤 봉사차량에 탑승하는 첫 번째 수험생이 구청관계자와 운전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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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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