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다. 현직 의원들에겐 의원직 상실형보다 낮은 수준의 구형이 이뤄졌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도 의원직 상실을 피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곤)는 28일 폭력행위처벌법(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박 의원에 벌금 4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주민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과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에겐 각각 벌금 1500만원·700만원·500만원을 구형했다. 이외 보좌관 및 당직자 5명 중 4명은 벌금 1200만원, 1명은 벌금 200만원이 구형됐다.
피고인들은 최후변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을 언급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검찰'에 잘못 보인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기소한 보복 기소라고 생각한다"며 "'400만원이라는 구형 때문에 지난 5년간 수많은 공적 업무 속 재판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도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기억도 없다"며 "사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격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감정이 법이 됐고, 감정에 기반한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당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 회의장 등을 점거하며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당시 한국당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이들을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현직 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구형상으로는 의원직 상실형이 없는 셈이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 기일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기소된지 5년11개월이 지났고 50명이 넘는 증인 신문 절차를 거쳤다"며 "심각한 재판 지연으로 사회에 기여할 위치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재판에 매여 사회적 손실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사법시스템의 개선 가능성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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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겐 지난 9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실형이 구형됐다. 당시 검찰은 △나 의원에 징역 2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징역 10개월·벌금 200만원 등을 구형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적용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 등 혐의보다 법정형이 높았다.
다만 국민의힘 현직 의원들은 지난 20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 상실을 피했다.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으나 국회법 위반 혐의로 선고된 벌금이 의원직 상실형 수준인 500만원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송 원내대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1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날 나 의원을 포함한 피고인 21명이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현직 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상급심 재판부는 하급심 재판부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