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으로 인생 2막…"직장 눈치 보여" 서점에 '서울 김부장'들 바글

자격증으로 인생 2막…"직장 눈치 보여" 서점에 '서울 김부장'들 바글

박상혁 기자
2025.12.10 14:02
10일 오전 한 시민이 서점에서 국가기술자격증 수험서를 훑어보는 중이다./사진=박상혁 기자.
10일 오전 한 시민이 서점에서 국가기술자격증 수험서를 훑어보는 중이다./사진=박상혁 기자.

조기 퇴직 이후 생계를 고민하는 중년층이 늘면서 '인생 2모작' 준비도 분주하다. 중년의 갑작스러운 퇴직은 드라마 속 '김 부장'만의 얘기가 아니어서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10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4년 국가기술자격증 필기 접수 인원은 304만3623명이었고, 이 중 50세 이상은 42만441명으로 전체의 약 13.8%였다. 50세 이상 필기시험 접수는 2019년 24만7000명에서 2023년 40만6729명으로 4년 만에 1.6배 늘었다. 이 기간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는 2019년 1991만4997명에서 2024년 2286만2681명으로 15% 정도 증가했다.

2024년 기준 50대 남성은 지게차운전기능사(2만793명)가 가장 많이 신청한 자격증이었고, 뒤이어 △산업안전기사 △전기기사 △전기기능사 △굴착기 운전기능사 순이었다.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1만4007명)가 가장 많았고 △컴퓨터활용능력 2급 △미용사(일반) △제빵기능사 △제과기능사가 뒤를 이었다.

연도별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증 필기 접수 인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연도별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증 필기 접수 인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자격증 취득에 나서는 중년층은 서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의 국가자격증 수험서 코너는 중년층의 방문이 잦았다. 광화문역 교보문고의 국가자격증 수험서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김수혁씨(68)는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지게차 자격증을 땄지만 나이가 들어 다른 걸 고민하다 이 분야를 선택했다"라며 "주변에도 일하려고 허들이 더 낮은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했다.

박모씨(64)도 "지난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라며 "지금 돌보는 분이 편찮아서 요리책을 보러 왔는데, 이왕에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딸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주변에도 자격증을 따서 사회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50대 공태진씨는 "직장에서도 조금씩 눈치가 보이는 나이"라며 "퇴직 이후를 고민해 본 적이 없어 슬슬 구청 구인 공고도 살펴보고 재취업에 유리한 자격증도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영품문고에 다양한 국가기술자격증 수험서가 진열된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영품문고에 다양한 국가기술자격증 수험서가 진열된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중년층의 자격증 열풍은 50대의 조기 퇴직과 맞물린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만 55~59세 인구의 '주된 일자리(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 퇴직 비중은 55.3%에 달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년을 못 채우고 퇴사한 50대가 재취업을 하려고 활용도 높은 국가기술자격증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원치 않는 조기퇴직에 떠밀려 자격증을 준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조기 은퇴자들을 기존 경력과 무관한 자격증 취득에 내몰기보단,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경력을 국가가 알선해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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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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