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난로 옆에 종이상자·비닐…전통시장 곳곳에 도사린 불씨

20년 된 난로 옆에 종이상자·비닐…전통시장 곳곳에 도사린 불씨

최문혁, 박진호 기자
2025.12.11 15:03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의 한 가게에서 상인들이 전기난로 앞에 앉아 몸을 녹이고 있는 모습.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의 한 가게에서 상인들이 전기난로 앞에 앉아 몸을 녹이고 있는 모습. /사진=최문혁 기자.

"1~2년 전 추석에 불이 나 진열해 둔 옷을 다 버렸습니다. 작은 불이었는데 준비한 가을옷이 전부 검게 그을렸죠."(영등포전통시장 70대 여성 상인)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화재 경험은 흔했다. 대부분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화재 위험을 알고 있어도 시장 상인들은 계속 난로 등 난방기기를 이용한다.

1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통시장·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022년 114건에서 2024년 136건으로 늘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가장 많았으며 부주의가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영등포전통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점포와 창고 8곳이 불에 탔다. 구두를 판매하는 70대 남성 B씨는 "몇 년 전 인근에 불이 났다. 출근해보니 한쪽 가게들이 다 불에 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에서도 한 이불 가게에서 난로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방기기를 이용하는 건 시장 특성상 가게가 계속 개방돼 있어 겨울철 추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34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김원율씨(75)는 아예 문을 철거했다. 그는 "장사하려면 가게가 열려 있어야 하며 손님들이 들어오기 편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전부 난로를 끼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된 난로 이용…종이상자·비닐 근처에 있기도
최근 3년간 시장 전통시장 화재 현황. /그래픽=윤선정.
최근 3년간 시장 전통시장 화재 현황. /그래픽=윤선정.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에서는 화재가 우려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채소가게에서는 가스난로 주변에 종이상자와 비닐이 놓여있었다. 난로 주변엔 화기가 뜨거웠다. 해당 가게 상인이 손님을 응대하고 가게를 청소하는 동안 난로는 방치돼 있었다.

오래된 난방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70대 상인 C씨는 20년 된 전기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고장 날 때까지 계속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분가게에는 제분기계와 난방기기가 한 멀티탭에 함께 꽂혀있어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우려됐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의 한 가게에서 사용 중인 난로 모습. 난로 가까이 비닐 천막이 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의 한 가게에서 사용 중인 난로 모습. 난로 가까이 비닐 천막이 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전문가들은 △노후 난방기기 이용 △가연물 인접 거리에서의 난방기기 이용 △고출력 기기의 멀티탭 동시 이용을 모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래되거나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난방기기를 사용하면 고장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난방기기 노후화를 확인하고 안전 인증 제품을 사용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난로 등 난방기기는 전력소비가 큰 제품"이라며 "멀티탭 하나에 하나씩만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복사열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난방기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가연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전통시장에서의 화재가 반복되면서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예방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각 시장 자치구를 관할하는 소방서가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캠페인에는 개인 난방기기 사용하는 부분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I 화재순찰로봇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이미 상반기 마포 농수산물시장을 거쳐 하반기 중구 남대문전통시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화재순찰로봇은 심야시간대에 화재를 감지하면 즉시 시장 자율소방대에 화재경보를 전송한다. 119에 화재 신고를 하는 동시에 소화장치를 이용해 초기진압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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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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