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 법률공익대상]사단법인 선 김보미·정혜민 변호사

방글라데시 국적인 A씨는 방글라데시 인구 중 1% 미만에 해당하는 소수민족 '줌머족' 출신이다. 줌머족은 전체 인구의 98%를 점하고 있는 '벵골족'과 분쟁을 겪어왔는데 벵골족과 군경은 줌머족에 대한 학살, 토지 강탈 등 박해를 자행했다.
A씨는 2001년부터 줌머족의 권리를 옹호하는 정당인 '연합민족민주전선'에 가입해 활동했다. A씨는 2005년 4월13일 벵골족 정착민들이 토지 강탈을 시도하자 줌머족 주민들과 함께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물리적 충돌로 번져 벵골족 정착민 2명과 줌머족 1명이 숨졌다. A씨는 방글라데시 수사당국이 충돌의 주동자로 자신을 특정했음을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A씨는 이후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태국으로 도피해 12년간 유학 생활을 한 후 2019년 한국에 입국했다.
A씨는 난민 신청을 했으나 우리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까지 제기했으나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A씨가 본국 정부에서 특별히 주목할 정도의 활동을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점, A씨가 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본국 대사관을 통해 문제없이 여권을 갱신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법무법인 원 공익법인 사단법인 선은 2심에서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김보미 변호사와 정혜민 변호사는 평범한 줌머족 주민들도 방글라데시에서 살해나 방화 등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씨가 연루된 사건이 다수민족인 벵골족 정착민 2명이 숨진 사건인 만큼 방글라데시 수사기관이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한 원고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려고 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선의 이번 승소는 그간 우리나라 법원에서 관행처럼 반복적으로 인정돼 온 난민불인정사유에 제동을 건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고에 대한 국적국 정부의 주목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는 난민 신청 소송에서 난민 불인정 사유로 흔히 나오는 주장이지만 주목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박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소수민족 집단에 대한 해당 국가의 일반적 박해 패턴을 끌고 와 법원을 설득해 냈다.
김 변호사는 "긴 시간 고생하신 당사자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한국 사회에서 난민의 권리가 여전히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이 판결이 조금이나마 난민 당사자 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가 난민 인정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취해 국제 난민법상의 책임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