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수준이 굉장합니다. 유료화를 하더라도 재방문할 생각이에요."(40대 외국인 관람객 찰스씨)
지난 2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앞은 개관 30분 전부터 방문객으로 붐볐다. 박물관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부터 데이트를 온 20대 커플,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여성 등 여러 방문객이 모였다. 국중박은 이번 달 기준 연간 누적 관람객이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10월 기록한 500만명 신기록을 빠르게 경신했다.
최근 국중박을 둘러싼 이슈는 '유료화'다.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이달 16일 이재명 대통령까지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진다"고 가세하며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박물관을 찾은 내외국인 관람객과 직원에게 지불할 수 있는 적정 가격대를 직접 물었다.

관람객과 직원의 답변에서 가장 많이 나온 가격대는 1만원 수준이었다. 전시의 질을 높이고 질서를 개선하는 데 유료화가 일조할 수 있단 것이 중론이었다. 이영주씨(37)는 적정 가격대로 1만원을 꼽았다. 두 살배기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방문한 그는 "유료화가 되면 전시의 질도 올라가고 다양한 작품을 들여오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이주영씨(30) 역시 적정 가격대를 6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제시했다. 이씨는 "국내 박물관이 해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으로 알고 있다"며 "1만원도 싼 가격이지만 그 이상은 대중에게 약간의 반발을 살 수 있단 우려가 들었다"고 했다.
2011년부터 청소 일을 해온 직원 A씨는 적정 가격대로 8000원을 꼽았다. 내부 질서 개선이 이유였다. 그는 "14년을 일했는데 올해 8월 광복절처럼 지하철역까지 줄을 서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일하다 보면 박물관을 대피처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 사실 1000원만 받아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외국인 관람객들은 1만원이 넘는 가격대를 제시했다. 핀란드인 빌조씨(41)는 "무료 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며 "유료화가 되더라도 찾아올 만한 박물관이라 생각하며 가격은 20유로(약 3만원)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찰스씨(40)도 "설사 유료화를 하더라도 의심의 여지 없이 재방문 의사가 있다. 10유로(약 1만5000원) 수준이면 부담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내외국인 금액 차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영주씨(37)는 "국내에 점점 외국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내외국인 차이를 두기보다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동일하게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주영씨(30)는 "비용 확충을 위해 내외국인 입장료 차이는 20% 정도 수준으로 일부 둬도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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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중박이 관람료를 1만원 수준으로 받게 되면 올해 입장객 수가 600만명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수익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성하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달 9일 개최된 '2025 박물관미술관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국중박 관람료를 5000∼1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수익이 약 35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확보된 예산은 그간 문제로 지적된 내부 시설 개선, 유물 구입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다만 박물관이 직접 예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국중박의 자체 수입은 국고로 귀속된 뒤 다시 예산으로 배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