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은 2024년 12월29일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여행의 설렘을 안고 형형색색 옷을 입고 캐리어를 끄는 시민들은 없었다. '국내선 출발', '탑승수속' 등 안내판은 불이 꺼져 있었다. 대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하는 추모객이 보였다. 공항 안내 방송 대신 흐느끼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2층 한쪽에는 유가족이 머무는 텐트 40여개가 자리했고 브로슈어 거치대에는 안내 책자보다 트라우마 관련 지침서가 더 많았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무안공항 곳곳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고 캐리어와 신발이 여러 겹으로 쌓인 추모 전시물도 볼 수 있었다. 2층 탑승수속 장소에는 비행기 탑승권 형태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고인이 된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모와 '버텨야 한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유족이 남긴 메모를 찾을 수 있었다.

분향소에는 희생자 179명 이름이 적힌 나무 위패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위패 앞에는 국화꽃뿐 아니라 과자 및 소주가 있기도 했다. 검은 패딩을 입은 한 여성은 위패에 적힌 이름을 발견하고는 "미안해"라고 연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정상근씨(70)와 정상진씨(67)는 참사로 형 정상칠씨와 형수 박서운씨를 잃었다. 사고 발생 9일 전 어머니 기일을 맞아 형 부부를 본 게 고인에 대한 형제의 마지막 기억이다. 정상진씨는 "1년 만에 (공항에) 다시 왔다"며 "12월이 되니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 잠도 제대로 잘 못 잤다"고 했다.
신혼부부였던 형과 형수를 잃은 노상혁씨(33)는 "참사 당일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졌다"며 "아직 처벌받은 사람도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 연차를 내고 추모식을 찾았다. 정말 추모만 많이 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모 사이렌은 오전 9시3분부터 1분간 울려 퍼졌다. 1년 전 희생자들이 사고를 당한 바로 그 시간대다. 사이렌 소리에 시민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한 아이는 사이렌 소리에 놀란 듯 상황을 살피다 어른들을 따라 이내 고개를 숙였다.
묵념이 끝난 뒤에는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위령제가 이어졌다. 일부 종교 관계자들은 울음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문을 읽어나갔다.
본행사가 시작되면서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하나둘씩 터뜨리며 끝내 무너졌다. 특히 희생자 이름이 한명씩 언급되거나 참사 당일 상황을 재구성한 추모 영상을 시청할 때 유족들은 천장을 바라보거나 땅으로 고개를 숙이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한 유족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진정시키다 "못살아" "살려줘"라고 흐느끼며 옆 사람에 기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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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씨의 추모 공연을 끝나자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푸른 리본이 달린 박스를 김민석 국무총리에 전달했다. 박스에는 유족이 정부에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추모식이 끝날 무렵 유족과 시민들은 눈가와 코끝이 붉어진 모습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 군인, 소방관, 조종사 등 다양한 관계자가 참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50대 김순길씨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세월호 유가족도 사고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무안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전남의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허망한 비명횡사가 어디 있나"라며 "다른 사고와 달리 너무 묻혀서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