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킨다, 연락 말자" 서민 울린 10조 담합

"들킨다, 연락 말자" 서민 울린 10조 담합

정진솔 기자, 양윤우 기자
2026.02.03 04:00

밀가루·설탕 등 줄줄이 적발
임원 포함 52명 무더기 기소
솜방망이 처벌, 범죄 되풀이
檢, 법정형 상향 필요성 강조

설탕과 밀가루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담합한 업체와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가루회사와 설탕회사들의 담합규모만 합쳐도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빵·라면 등의 원재료인 설탕·밀가루의 가격담합과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담합으로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 등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을 구속기소했고 46명은 불구속기소했다. 소속 직원이 위법행위를 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16개 법인도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 설탕시장의 90%를 점유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제당회사 3곳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내 설탕 가격의 변동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등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 등 제분회사 7곳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등 5조9913억원 규모의 담합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각 범행기간 설탕 가격은 최대 66.7%, 밀가루 가격은 42.4%까지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절연개폐장치 시장에서 90%를 점유한 4개 기업을 포함해 모두 10개 법인은 2015년 3월부터 7년반 동안 한국전력이 발주한 입찰 145건에서 6776억원 규모의 담합행위를 통해 16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담합을 통해 낙찰률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낙찰금액을 높였고 이는 한전의 전기생산 비용증가에 따른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범행을 저질렀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밀가루 담합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를 '공 선생'이라며 마치 장난치듯 말했다"고 했다. 한전 입찰담합 사건에서 업체들은 "담합 아닌 게 어디 있느냐. 재수없게 걸린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마치 한 기업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증거인멸도 서슴지 않았다. 나 부장검사는 "(밀가루 담합사건에서) '들키면 안되니 연락을 자제하자'고도 했다"고 했다.

나 부장검사는 "(검찰 조사결과) '카톡연락 금지, 문자연락 금지, 이메일 사용금지, PC 하드디스크 주기적 교체, USB 관리철저, 폐기할 땐 망치로 때려서 배출처리하라'는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생활필수품 담합이 되풀이되는 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나 부장검사는 "이들은 실형 2~3년을 살더라도 결국 회사에 복귀할 것, 30개월 뒤면 세상은 조용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전 입찰담합 사건에선 "다 같이 벌금형을 받고 끝내자는 게 전략인데 공정위는 여기에 말려들어 불량담합으로만 행정처분했다"고 했다.

검찰은 담합사건 처벌수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담합사건 처벌수위가 미국의 20년 전 수준이어서 담합이 근절될 수 없다"며 "법정형 상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도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설탕, 밀가루 가격 담합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담합으로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제과사와 라면회사 등이 직접적인 피해자이나 이들도 결국 빵값과 라면값을 올려 국민 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가는 구조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측은 "국민 생필품 담합으로 인한 식료품 물가와 전기료 상승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기소로 '담합범행으로 서민경제를 교란한 민생침해 사범은 반드시 엄벌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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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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