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알지만 2000만원짜리"...성수동 건물 감싼 광고, 화재 땐 '아찔'

"불법 알지만 2000만원짜리"...성수동 건물 감싼 광고, 화재 땐 '아찔'

박상혁 기자
2026.02.03 16:51
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일대 광고판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일대 광고판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에 설치된 대형 현수막과 '랩핑(wrapping) 광고물' 상당수가 불법 옥외광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를 부담하더라도 광고 수익이 높아 불법 설치를 감행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 불법 옥외광고물 적발 건수는 △2023년 49건 △2024년 67건 △2025년 164건 등으로 증가세다. 부과된 과태료·이행강제금도 2023년 2억9559만원에서 지난해 4억5986만원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연무장길 일대 옥외 광고물 대부분은 불법이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조례에 따르면 벽면 현수막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나 연면적 1만㎡ 이상 건물에만 설치할 수 있다. 연무장길 일대 상가는 대부분 저층·소규모라 해당하지 않는다.

광고 면적과 크기, 창문·출입문 가림 여부 등 규제도 엄격하다. 다만 연무장길 일대 상당수 광고물은 면적·설치 위치 등에서 기준을 벗어난 상태였다. 아크릴 등의 소재로 창문을 감싸는 랩핑 광고로 기준을 위반한 곳들도 있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현장 순찰을 통해 불법 광고물에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관행은 이어진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감행하는 이유는 광고 효과 때문이다. 전날 기자가 찾은 연무장길 일대 상가들은 건물 상층부와 유리창이 옥외 광고물로 뒤덮여 있었다. 팝업스토어가 몰리며 청년층 사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후 유동 인구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노출 효과를 노린 광고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매장 관계자들은 창문에 랩핑 광고물을 붙이거나 현수막을 내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골목 한편에는 지난달 31일 개점한 화장품 팝업스토어도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오픈 초기인 만큼 홍보를 위해 건물 외부를 전부 광고로 랩핑했다"며 "손님들 기억에 확실히 남기 위해선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동 불법 옥외광고물 행정처분 현황./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성수동 불법 옥외광고물 행정처분 현황./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건물주들에겐 짭짤한 가외수입이 된다. 광고 대행업자 A씨는 "광고비를 책정할 때도 과태료 비용을 포함해 계산한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건물주는 광고 수익을 얻고 과태료는 자릿세 정도로 여긴다"고 말했다. A씨는 건물주가 통상적으로 받는 광고 수입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선이라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 전 계도 기간이 있어 계도 기간에만 옥외광고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관리 방안 개선을 위한 연구도 병행 중"이라고 했다.

불법 옥외광고물은 대형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건물이 밀집된 지역 특성상 현수막에 불이 붙을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합성섬유 현수막과 아크릴 소재 랩핑 광고물은 불이 잘 붙는 성질로, 화재에 노출되면 단시간에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 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조명 사용이나 식당의 LPG 가스까지 겹치면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광고물들을 한 번에 철거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함께 건물주·업주 차원의 책임 인식, 행정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옥외광고물법 위법 근거../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옥외광고물법 위법 근거../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