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며 체결한 환불보장약정이 절차적 문제로 무효가 됐더라도 조합원이 계약 유지 의사를 보였다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단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4일 허모씨가 대전선화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허씨는 2021년 4월27일 신축 아파트 1세대를 공급받기 위해 조합에 가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허씨는 같은 해 4월22일에 2500만원, 7월14일에 4000만원, 11월1일 3840만원 등 총 1억340만원을 조합 추진위원회 계좌로 납부했다.
허씨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 직원으로부터 분담금 환불보장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았다. 안심보장증서엔 '조합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토지 약 97%(국·공유지 제외)를 확보했다. 2021년 12월31일까지 지역조합설립인가를 얻지 못할 경우 조합원 탈퇴 및 환불을 희망하는 조합원에 한해 조합원이 먼저 납부한 납부금액 전액을 환불할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문제는 조합이 환불보장약정에 대해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환불보장약정은 총유물인 조합원분담금 등의 감소를 발생시키므로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총유물이란 지역주택조합 등 사단이 집합체로서 공동으로 소유하는 물건 등을 말한다.
허씨는 "조합은 신의칙상 환불보장약정 부분에 대해 총회의 의결이 없었단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면서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며 "안심보장증서에 조합이 사업구역 중 97%의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것처럼 기망하거나 착오를 유발했으므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허씨의 손을 들어줬다. 환불보장약정이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총회의 결의와 무관하게 조합원분담금의 전액 환불을 보장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1심은 "허씨는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임을 알지 못한 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 체결 당시 조합으로부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에 해당한단 사실을 고지받았더라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거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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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조합원들이 환불보장약정을 무효인 걸 알고서 추인 결의에 이르렀는지가 판단의 핵심 요소"라며 "항소심에서 조사한 증거를 보태서 보더라도 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나 판단을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먼저 "조합이 2021년 10월29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허씨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시점 이후인 같은 해 11월1일 3840만원 등을 납부하는 등 분담금 환불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허씨가 조합가입계약 유지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허씨의 계속된 분담금 납부 행위가 조합원이 조합가입게약을 유지하겠단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선행행위를 했다면 환불보장약정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라고 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에 따라 허씨와 조합의 분쟁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심리·판단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