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주씨, 너무 예쁜데요! 기분 좋아요?"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예랑헤어'의 임선경 원장(49)이 이현주씨(42)의 눈을 맞추며 물었다. 이씨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 40분에 걸쳐 새치 염색을 마친 뒤였다. 이씨는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미용실에 오는 날은 이씨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매달 예랑헤어를 찾고 있는 그는 "(원장님이) 머리를 잘라주시고 예쁘게 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현주씨는 원체 낯을 많이 가린다"며 "이렇게 좋다고 해주는 건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예랑헤어는 은평구청에서 지난해 5월 지정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적 장애를 가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장애인들이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올해로 31년차 미용사인 임 원장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장애인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3년 전엔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도 땄다.

예랑헤어를 찾는 장애인 손님들은 다른 미용실에서의 거절 경험이 많다. 이씨처럼 소통이 비교적 수월한 장애인도 있지만 자리에 앉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다.
임 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지난해 여름 찾아온 한 부자를 꼽았다. 임 원장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빠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7살 아들을 데리고 온적이 있다"며 "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바닥을 굴렀는데, 아빠와 미용실에 있던 제 동생 두명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달랬다"며 웃었다.
이어 "3시간 동안 겨우 머리를 잘랐는데 아이 아빠가 계속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시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휠체어 이용 손님들은 미용 의자나 샴푸실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거절을 당한다고 한다. 임 원장은 "하반신을 못 쓰시는 분들이 미용실 여러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들었다"며 "힘이 들더라도 같이 오시는 활동지원가 선생님과 함께 옮겨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랑헤어의 비장애인 손님들도 장애인 손님을 환영한다. 임 원장은 "단골분들은 장애인 손님들이 오시면 먼저 양보해주시고 기다려주신다"며 "다들 같이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예랑헤어를 찾는 장애인 손님은 매달 평균 20명 정도다. 임 원장은 "장애인 분들이 초반엔 '장애인 미용실이 맞냐', '어디에 있냐'며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하셨는데, 이젠 대부분 한번에 예약한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켜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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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청은 지난해부터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대상 미용실엔 경사로와 자동문을 설치했다. 저소음 바리깡과 드라이기 등 장애인 맞춤형 미용기기도 지원했다. 중증 장애인 주민을 대상으로는 매달 최대 1만5000원의 미용 비용을 지원 중이다.
지난해 은평구는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지원사업에 선정돼 관내 장애인 친화 미용실 8곳을 지정했다. 올해는 구 예산을 동원해 2곳을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은평구 장애인 친화 이·미용시설 지정 및 지원 조례안'도 발의했다. 이번달 구의회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