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발생한 대전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 재조명됐다.
최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 74회에서는 강진경찰서 수사과 형사팀 이승남 경감과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프로그램에서는 2007년 4월22일 119로 걸려 온 "언니와 3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여동생 신고로 시작된 사건을 조명했다.
신고자 언니는 40대 주부로 남편과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60평대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신고자는 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아갔지만 빈집이었다. 119 대원들은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문을 개방했다. 집은 깨끗했지만 생선이 썩은 듯한 비린내가 났다.
앞서 언니와 연락이 끊긴 금요일, 초등학생 자녀가 문을 열지 못해 경비업체가 출동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당시 남편은 사무실에 있다고 연락했다고.
형사들은 아파트 CCTV 확인 결과 수상한 정황을 발견했다. 아내가 귀가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장면은 담겼지만 이후 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히지 않은 것. 또한 경비업체 출동 당시 남편은 집 안에 있었다. 이후 남편은 쓰레기봉투를 무려 5개나 들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이를 트렁크에 싣는 모습이 확인됐다.
남편은 아내보다 20살이 많았다. 평소 의처증이 있던 남편은 아내가 외출하고 오면 옷을 벗겨 냄새를 맡을 정도로 집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은 아내와의 결혼이 3혼째였다.

수사팀은 남편을 출국 금지시키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루미놀(혈흔 감식에 사용되는 지시약) 검사 결과 현관과 욕실 곳곳에서 반응이 나타났고 욕실과 화장실 사이에 있던 중문 틈새에서는 엉겨 붙은 혈흔이 발견됐다.
대리석 바닥이 팬 흔적도 확인됐지만 남편은 아내가 평소 욕조에서 생선을 손질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형사들은 남편에게 위협과 폭행을 당한 기록이 적힌 아내의 수첩도 발견했다. 남편은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형사들의 눈을 피해 출국을 시도하다 공항에서 검거됐다.
주민들은 사건 당일 비릿한 냄새가 났고 계속 물 틀어놓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날 밤 집에서 사용된 물의 양은 무려 5톤이었다. 이는 세탁기 50~60회를 돌릴 양이다.

2차 압수수색에서 욕조를 통째로 뜯어낸 결과 배관망에서 살점으로 추정되는 것과 손가락뼈 일부가 발견됐다. 이들 증거에서는 아내의 DNA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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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건 직전 공구상가에서 정육점에서 쓰는 골육용 칼과 그라인더를 구매한 사실도 밝혀냈다. 그런데도 남편은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수사 결과 사건 전날 남편은 아내로부터 이혼 청구 소장을 전달받았고 이를 계기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판단됐다. 범인인 남편은 유죄 판결에 계속해서 항소했고 2008년 대법원에서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남편의 나이는 61세였다.
당시 재판부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쓰레기봉투를 갖고 나와 승용차에 싣고 나간 점 등을 두고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내다 버린 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 혈육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나이 어린 딸이 장차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후 느끼게 될 정신적 고통의 정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인데도 남편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범행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징역 18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 인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