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공포·시행 D-1
청구서류·절차 등 12일 함께 공지… 미리 준비 어려워
최근 한달간 대법 선고 500여건중 상고기각 우선 대상
헌재 "年1만여건 예상"… 15년 경력 사전심사부 가동

대법원 확정판결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 시행을 앞두고 어떤 사건이 첫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최근 한달간 대법원이 선고한 약 500건의 사건 중 상고가 기각된 사건이 우선 대상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 법안(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2일에 공포·시행된다. 법안에 따르면 판결이 확정되고 30일 내 재판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이에 현시점에서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들은 지난달 12일과 26일 대법원에서 선고한 약 500건의 판결 중 파기되지 않고 상고가 기각된 건들이다. 헌재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일 선고가 예정된 대법원 사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과 26일 선고된 대법원 사건은 △형사 147건 △민사 250건 △행정소송 등 특별 98건 총 495건이다. 판결문 공개가 제한된 가사·청소년·성범죄·스토킹 사건들을 포함하면 500건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시행일 당일 선고되는 사건까지 포함하면 청구 대상이 되는 사건이 매달 늘어나게 된다.
재판소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로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해당된다. 다만 1심이나 2심에서 확정된 판결보단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헌재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헌재 관계자는 "1·2·3심을 거쳐야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이나 2심에 만족하지 않고 최종판단까지 받아보려는 사건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한 사건 당사자들은 대부분 헌재 판단까지 받아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재판소원제가 도입될 경우 연간 접수사건이 1만~1만5000건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헌재는 스페인 재판소원 비율(25%), 국내 대법원 상고 비율(약 30%), 대법원 연간 사건처리 건수(약 4만5000건) 등을 고려해 이같은 수치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례가 없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실제 헌재로 가는 사건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소원제 도입을 포함한 헌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또 재판소원 청구에 필요한 서류·절차 등을 담은 심판규칙 개정안은 법안 공포일에 함께 공지될 예정이어서 정확하게 미리 준비하기가 어렵다.
헌재는 재판소원 청구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15년차 경력의 중견급 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재판소원 사전심사부를 가동한다. 헌재는 기존 7명 규모로 사전심사부를 운영해왔는데 재판소원 청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1개의 사전심사부를 추가했다. 다른 사건처럼 연구관들이 사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면 재판관들이 이를 보고 각하 및 전원재판부 회부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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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소원 청구가 늘어나더라도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를 받게 될 사건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헌재에 몸담았던 한 로스쿨 교수는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제받는 사건이 눈에 띄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많은 사건이 헌재에 접수되더라도 그중에서 위헌이라고 인용되는 건 극소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