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법왜곡죄 대응' 위해 법조항 해석 자료 일선서 배포

법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경찰 등 수사당국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법부의 법리 전례가 없어서다.
1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왜곡죄 고발 사건은 전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로 이송됐다. 당초 경찰은 고발인 주소지를 기준으로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사건을 맡겼지만 피의자가 고위공직자인 점을 고려해 서울청으로 이관했다.
앞서 이병철 변호사는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지난 12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 외에도 판사들의 대한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판례나 수사 선례가 없는 만큼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관의 법리 판단 왜곡 여부를 경찰이 직접 판단해야 해서다. 최근 경찰청이 법왜곡죄 대응을 위해 법 조항 해석 참고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것도 수사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고자료는 공식적인 수사 지침은 아니지만 법률 적용 판단을 돕기 위한 법 조항의 의미와 구성요건 등이 담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하면서 본청의 지휘를 받도록 조치했다"며 "본청에서도 법리 검토 중이며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하다가 경찰이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수사 어려움의 이유로 꼽힌다. 지금도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는데 법왜곡죄 혐의로 고소·고발될 수 있다.
수사 관할도 변수다. 현행법상 법관을 대상으로 한 법왜곡죄 고발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동시에 접수됐을 때 어느 기관이 우선적으로 수사할지 규정돼있지 않다. 검사가 피고발인일 경우 공수처에 이첩해야하지만, 법관 사건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지 않는 한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경찰은 조 대법원장 사건도 아직 이첩 요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이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인력 부족을 겪고 있어 적극적으로 수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노력에도 대부분 법왜곡죄 사건이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조 대법원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수사의 핵심 쟁점인 법관의 '내심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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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법관이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법 왜곡에 대한 판단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A 변호사도 "판결의 옳고 그름을 수사 기관에서 다시 캐묻는 구조 자체가 무리"라며 "수사 기관이 고의성을 입증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