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서울송파경찰서 강력팀 배은총 경사

#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강도에게 4000만원을 뺏겼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중국 국적의 20대 A씨. 사건을 맡은 배은총 경사(사진)는 범행 장소 CCTV(폐쇄회로TV)로 한 남성이 A씨를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남성은 금품과 A씨 휴대폰을 빼앗은 후 공범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특수강도 일당은 자가용·렌터카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이른바 '콜뛰기' 차량을 바꿔타며 강남 일대에서 경찰 추적을 피했다. 배 경사가 피의자들의 숙소에 도착했을 땐 "한 시간 전에 떠났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끈질긴 추적 끝에 범행 이틀 후 강도 2명을 검거했다.
검거가 끝은 아니었다. 피의자들이 도주 중 말을 맞춘 탓에 자백을 받아내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했다. 배 경사는 "조사 기간동안 친밀감도 쌓고, 화도 내가면서 결국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12년차 베테랑 형사는 피해자에게서도 수상한 점을 느꼈다. 피해 금액과 자금 출처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서다. 배 경사는 "피해자 조사만 3번을 진행했는데 큰 금액을 통장에 넣지 않고 가방에 보관했다는 등 믿기 힘든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역추적을 통해 A씨가 피해 신고를 하기 전후로 강도범 차량과 접촉한 결정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A씨와 강도 일당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상선의 지시를 받은 보이스피싱 수거책과 환전책이었다. 이들이 빼돌린 돈은 총 7900만원이었다. 배 경사는 "특수강도범들은 A씨가 한국말이 서툴고 피해 신고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범행 과정을 역추적해 A씨 등 수거책 6명을 추가로 붙잡았다"고 말했다.

배 경사는 2015년 입직 후 강력팀, 마약범죄수사대, 사이버범죄 수사팀 등을 거치며 수사 전문성을 키운 베테랑 형사다. 3년 전부터는 송파서 강력팀에서 근무 중이다. 송파구는 인구수가 65만명에 달하고 주거지·상업지·관광지가 복합돼있어 치안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무인점포 절도나 미성년자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강력팀 특성상 신원 불상 범죄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 그는 수사에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끈기'와 '사명감'을 꼽았다. 배 경사는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며 "단서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능력과 범인 성향을 파악해 자백을 끌어내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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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경사는 지난해 2월 여중생이 자신의 남자친구와 공모해 고등학생 남학생을 SNS를 통해 유인한 뒤 금품을 갈취한 사건을 맡았다. 배 경사는 "공범이 많은 사건은 시간을 끌면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팀이 갈라져서 피의자들을 쫓았다"며 "모두 검거해서 검찰 송치시켰다"고 했다.
배 경사와 강력팀은 지금도 보이스피싱·특수강도 사건 추가 공범을 뒤쫓고 있다. 그는 "2차 수거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현재 추적 중"이라며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동료이자 누구보다 전문성 있는 형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