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재판 중 사건기록 열람·등사 수수료로 발생하던 연간 18억원가량의 비용 부담을 없애기로 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재판에 필요한 기록을 더 쉽게 확보하도록 해 방어권과 재판절차진술권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26일 '사건기록 열람·등사의 방법 및 수수료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시행 시점은 오는 5월 1일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소제기 뒤 검찰이 보관 중인 사건기록에 대해 피고인과 피해자 등이 열람·등사를 신청할 때 수수료 없이 문서를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피고인·피해자·변호인 등이 부담하던 연간 18억원, 약 18만2000건 규모의 수수료가 면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건관계인이 재판 중 사건기록을 보거나 복사하려면 사건 1건당 500원, 문서 1장당 5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사진·영상·전자파일 등 디지털 증거를 종이로 뽑은 자료인 특수매체기록 출력물의 경우 1장당 250원에서 300원까지 추가 비용이 붙었다. 이에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기록을 여러 장 받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 당사자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무부가 수수료 면제에 나선 건 사건기록 열람·등사가 단순한 민원 서비스가 아니라 재판을 받을 권리와 직결된 절차라고 판단해서다. 피고인에게는 방어권 행사 수단이고 피해자에게는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밝히기 위한 수단이다. 법무부는 "재판 중 사건기록 열람·등사가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보장에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의 적용 대상은 '공소제기 후 증거 제출 전' 단계의 사건기록이다. 검찰이 기소는 했지만, 아직 법원에 증거를 내기 전까지 검찰청이 관리하는 기록에 대해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신청을 반복하는 등 신청권을 남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권리 보장은 넓히되 제도 악용은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중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열람·등사 절차 개선을 주문했다. 법무부는 이를 반영해 수수료 면제 특례를 마련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건기록 열람·등사권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실현의 출발점이 되는 절차적 권리"라며 "사건관계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