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으론 못해요" 2주만에 견적 올랐다...본드도 부족, 인테리어 '비상'

"그 돈으론 못해요" 2주만에 견적 올랐다...본드도 부족, 인테리어 '비상'

박진호 기자, 민수정 기자
2026.03.31 15:25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면서 국내 페인트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지난 25일 서울 시내의 한 페인트 도매점에 페인트 통이 놓여 있다. 원유를 정제할 때 얻는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료로, 페인트는 나프타에서 나오는 용제와 수지를 주원료로 쓴다. /사진=뉴시스.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면서 국내 페인트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지난 25일 서울 시내의 한 페인트 도매점에 페인트 통이 놓여 있다. 원유를 정제할 때 얻는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료로, 페인트는 나프타에서 나오는 용제와 수지를 주원료로 쓴다. /사진=뉴시스.

"거래처가 배려를 해주고 있어 그나마 버티지만, 수급 때문에 걱정입니다."

인테리어 자영업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구할 수 있는 물량도 제한적이어서 제때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벅차다. 비용 부담에 소비자들은 셀프 인테리어를 고민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시세는 30일 기준 배럴 당 141.53달러다.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배럴당 68.87달러) 대비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인테리어 자영업자들은 전체적으로 자재 비용이 10% 이상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벽지·장판의 주원료인 폴리염화비닐(PVC), 페인트, 본드 등 모두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인테리어업을 12년째 운영 중인 A씨는 "대부분 공정에 이용되는 접착제(본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며 "1박스에 20개가 들어있었다면 요즘엔 한 박스당 주는 용량이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자재들도 주문 가능 물량이 전쟁 전 10개에서 지금은 3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대문구의 한 인테리어·가구 업체는 언제까지 자재 값 상승분을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관계자 B씨는 "합판은 15%, 본드류는 10% 정도 가격이 올랐다"면서도 "오랜 기간 거래한 곳이 있어 저렴하게 물량을 확보한 덕에 소비자 판매가는 현상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규 계약은 자제 중이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매출 기준 20%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에 소비자도 '울상'…전문가 "소비 절약, 유일한 대응책"
화장품 용기의 핵심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자,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생산 중단과 단가 인상 공지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인기를 타고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급 차질로 타격을 입을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의 한 생활용품 매장의 화장품 매대. /사진=뉴스1.
화장품 용기의 핵심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자,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생산 중단과 단가 인상 공지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인기를 타고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급 차질로 타격을 입을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의 한 생활용품 매장의 화장품 매대. /사진=뉴스1.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구축 아파트를 구입한 석모씨(31)는 한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약 320만원의 견적을 안내받았지만 2주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최소 10%를 더 올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갑작스러운 인상으로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 할지, 돈은 어떻게 구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아직 구입을 안 한 가구라도 미리 주문을 넣어둘 계획"이라고 했다.

중고거래를 고려하는 소비자도 있다. 이사를 앞둔 정모씨는 "최근 전쟁 여파로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올랐다는 기사를 접하고 걱정이 커졌다"며 "일부 가구는 그냥 활용하거나 중고로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일정 부분은 셀프 인테리어라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충격이 생활물가 전반으로 더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샴푸 등 생활 전반적인 물품에 나프타 같은 화학 품목이 이용된다"며 "최근 도착한 러시아산 나프타는 특정 기업에 도움은 되겠지만 다른 업체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 억제가 유일한 시책"이라며 "정부가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진호 기자

사회부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https://open.kakao.com/o/s8NPaEUg

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