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에 불붙은 논쟁…"정체성" vs "역사 왜곡"

광화문 '한글 현판'에 불붙은 논쟁…"정체성" vs "역사 왜곡"

차유채 기자
2026.04.01 09:56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현판 국민모임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3.1절 맞아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범국민 출범식을 열고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현판 국민모임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3.1절 맞아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범국민 출범식을 열고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 한글 현판 설치와 관련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적 맥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1일 뉴시스, 뉴스1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열렸다. 광화문 현판 논의는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존 한자 현판을 유지하며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본격화됐다.

광화문 현판은 시대에 따라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뒤 흥선대원군 시기 재건됐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친 뒤 1968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자로 된 한자 현판으로 교체됐다가 고증 작업을 거쳐 2023년 현재의 검정 바탕 금박 글씨 한자 현판이 설치됐다.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현판 국민모임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3.1절 맞아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범국민 출범식을 열고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현판 국민모임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3.1절 맞아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범국민 출범식을 열고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찬성 측은 광화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인 만큼 한글 현판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지금의 한자 현판 역시 희미한 사진과 제한된 기록을 토대로 복원된 만큼 절대적인 원형으로 보기 어렵다"며 "노트르담 성당 첨탑처럼 문화유산도 어느 시점 진정성을 선택해 복원하는 창조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현재 한자 현판에 대해 "과거의 한자 문화를 무의미하게 세습하고 있는 박제된 유산"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대 측은 문화유산 복원 일관성과 원칙을 강조했다. 고증에 없는 요소를 추가할 경우 전체 복원 방향과 진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경복궁을 고종 중건기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라며 "고증에 없는 한글 현판을 더하는 순간 복원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홍석주 서일대 교수도 "경복궁 복원 사업은 1990년부터 고종 시기 경복궁을 기준으로 장기 복원을 이어온 사업"이라며 "정문인 광화문만 예외를 두면 궁궐 전체 복원 방향성과 진정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광화문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간인 만큼 열린 자세로 여러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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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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