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6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가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화오션은 TKMS와 총 60조원 규모 CPSP 수주전의 최종후보로 경쟁을 펼쳐왔다.
'잠수함 기술'이 아니라 서방의 전통적인 '대서양 연대'에 밀린 것이라는 한화오션 측의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메시지다. 실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TKMS의 CPSP 선정과 관련해 "유럽과 대서양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CPSP에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운항할 수 있다.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이 가능해 캐나다 해군 작전환경에 최적화됐다는 호평이 나왔다. 또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췄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잠수함을 승함해본 후 "내부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했을 정도다.
전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공급해본 '명가' TKMS와 함께 최종 숏리스트로 선정돼 1대1 대결을 펼쳐본 경험은 한화오션의 유산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해외 공급 사례는 인도네시아 정도지만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스웨덴 사브(Saab) 등 유럽 대표 방산업체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CPSP 선정전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대서양 연대'의 공고함을 확인한 점은 숙제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은 스웨덴의 사브에 밀렸었다. CPSP와 오르카 프로젝트 모두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동반했지만 수주를 달성하지 못했다. 나토로 대표되는 서방권 동맹국들에 잠수함과 같은 핵심 전력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 외에도 차별화한 트랙레코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필라델피아=뉴시스] 고범준 기자 = 26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정박해 있다. 2025.08.27. bjko@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0715035688101_2.jpg)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최강 미 해군의 파트너로 K조선이 떠오르고 있는 점은 호재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발판으로 현지 함정 시장을 노크하는 중이다. '미 해군 군함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법을 개정한 후 비전투함 등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 역시 거론되는 중이다.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경우 K조선의 위상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K조선은 CPSP 다음 이어질 그리스, 필리핀,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이집트,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의 잠수함 수주전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진인사(盡人事,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다)'의 자세로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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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과 '원팀'을 구성했던 HD현대중공업 측은 "수주를 위해 대한민국이 원팀으로 뛰었던 경험은 K방산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국익 증진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