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등 명의 도용… 확인된 피해자만 4명
졸피뎀 성분 수면제 처방받아 수년간 투약

경찰이 수년간 직장동료 등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졸피뎀 성분의 약물을 처방받은 뒤 이를 투약한 간호사 출신의 여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명의도용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말 40대 여성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2024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광주 일대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졸피뎀 성분의 약물 '스틸녹스'를 처방받고 이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과거 간호사로 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명의도용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평소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던 중 내성이 생기자 복용량을 늘리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A씨가 범행을 저지른 정황도 포착했다.
A씨가 약물처방을 받기 위해 명의도용한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동부서 등 경찰에 확인된 피해자 수는 총 4명이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총 6건의 피해사례를 확인한 뒤 수사 의뢰를 진행 중이다. 한 피해자는 "(A씨가) 과거 간호사로 근무했을 당시 직장동료 등 피해자 수는 최소 12명 이상"이라며 "1명당 최소 300여정씩 처방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약물 쇼핑'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빌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건수는 의료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시행 이후인 2024년 5월20일부터 지난해까지 총 905건에 달했다. 연예계에서의 대리처방도 반복된다.
본인확인 제도 시행 이후부터 처방 건수는 감소 추세다. 2022년 8853건에서 지난해 235건으로 3년 새 40분의1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에서 적발된 마약류 의약품 불법판매와 사적 거래 게시물은 해마다 늘어난다. 식약처의 연도별 관련 게시물 적발현황을 보면 2021년 6167건에서 2025년 5만14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범행이 까다로운 오프라인 대면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감정관 등 연구팀이 약물운전 사건 1046건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에게서 검출된 성분의 55%가 의료용 마약류였고 그중 졸피뎀이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처벌도 문제지만 범죄를 불사할 정도로 병적인 '니즈'가 몸에 생긴 것"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그런 니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진료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이뤄질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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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 시기부터 약물에 대한 교육을 기별로 한 번씩은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또 약국과 의료기관도 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