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움큼 먹고 취해보자" 청소년 유행?...창고형 약국, 오남용 위험도

"약 한 움큼 먹고 취해보자" 청소년 유행?...창고형 약국, 오남용 위험도

최문혁 기자
2026.04.22 16:12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한 손님이 장바구니를 들고 진열된 약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한 손님이 장바구니를 들고 진열된 약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일반 약국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한 번에 좀 많이 사두려고요."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창고형 약국. 60대 여성 A씨는 장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감기약 10여개를 담았다. A씨는 "손주가 감기에 자주 걸려서 아이들 먹는 감기약들도 좀 골랐다"고 했다.

약국 안에서는 손님들이 쇼핑 카트를 밀며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대형마트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감기약과 진통제 등이 쌓인 채 진열돼 있었고, 일부 제품에는 묶음 할인문도 붙어 있었다. 손님들은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추천받는 일반 약국과는 다르게 필요한 의약품을 직접 골라가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3~4명의 약사가 있었지만 계산대에 서 있거나 약을 진열했다.

최근 서울 곳곳에 '창고형 약국'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올해 들어 동대문구를 비롯해 용산구와 금천구 등지에도 새로 문을 열었다. 창고형 약국은 다양한 일반 의약품을 박리다매 형식으로 판매해 일반 약국보다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이날 동대문구 창고형 약국에서도 소비자들은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장바구니에 비타민과 진통제를 담은 40대 여성 B씨는 "약뿐만 아니라 비타민 등 다양한 제품들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상비약을 구비해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SNS(소셜미디어)상에는 'OD(과다복용·Overdose)커뮤니티'가 등장했다. /사진=엑스(옛 트위터·X) 캡처.
최근 SNS(소셜미디어)상에는 'OD(과다복용·Overdose)커뮤니티'가 등장했다. /사진=엑스(옛 트위터·X) 캡처.

다만 창고형 약국의 판매 방식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온라인 등에서 얻은 정보에 의존해 약을 직접 고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반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과 묶음 할인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대량 구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한 'OD(Overdose·과다복용)' 문제와 맞물려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OD는 의약품을 과다 복용해 환각이나 취한 듯한 상태를 경험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의약품의 종류와 복용량, 경험담 등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OD에 사용되는 약 가운데 상당수는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이 때문에 대량 구매가 비교적 쉬운 창고형 약국은 SNS상에서 OD를 위한 구매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반 약국에서는 OD에 필요한 만큼의 대량으로 약을 구입하는데 여러 문턱이 존재한다"며 "반면 창고형 약국은 방문 목적 자체가 대량 구매"라고 말했다.

이어 "2012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범위를 확대했을 당시 타이레놀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며 "타이레놀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약 소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정 등에 과량의 약들이 방치되고 유통되면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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