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번 거절에도 성폭력 무죄"…시민단체, 헌재에 재판소원 제기

"75번 거절에도 성폭력 무죄"…시민단체, 헌재에 재판소원 제기

김서현 기자
2026.04.23 16:31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동의없는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사진=공대위 제공.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동의없는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사진=공대위 제공.

시민단체들이 수십차례 거절 의사에도 이뤄진 유사강간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동의없는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 없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1, 2심에 대한 재판 소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가 75회나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의 수준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이른바 '최협의설'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폭행과 협박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서 최협의설을 폐기했다.

또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상고 요청에도 검찰은 상고심의위원회 소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고하지 않았다.

공대위는 "강제추행죄보다 더 중대한 신체 침해인 유사강간 사건에서 여전히 피해자에게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사법부가 정조 관념에 기초한 최협의 폭행·협박설에 매몰돼 기본권 보호 의무를 방기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법이 요구하는 저항을 하지 못한 것이 본인 잘못이라는 죄책감까지 안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지원 민변 여성위 법률대리인단장은 "피해자가 1시간 동안 75회 이상의 명시적 거부의사 표시를 했다는 것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지만 '피해자의 저항이 부족했다'는 낡은 잣대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 재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역시 "의식과 신체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전체 강간 피해 상담 중 40% 정도를 차지한다"며 "피해자에게는 연속적인 신체 침해 행위가 있었는데 법은 강간·유사강간·준강간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는 요건과 가부장적인 기준으로 나눠 차등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기본권이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며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시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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