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사건 관련자의 출국을 금지하면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출국금지를 하고 이에 대해 통지유예를 하는 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8일 백주선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진행하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법무부에 백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결정 통지 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백 변호사는 2022년 9월26일부터 10월25일까지 출국 금지됐다. 이후 출국금지 기간은 2차례 연장되면서 같은 해 12월24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통지받지 못한 백 변호사는 2022년 12월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변호사회 관련 행사를 위해 출국하려다가 본인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알게 됐다. 백 변호사는 당일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이미 비행기가 출발한 상태라 백 변호사는 출국하지 못했다.
백 변호사는 출국금지 결정이 법에서 정한 사유 없이 이뤄졌고, 통지 유예가 위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통지유예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백 변호사에게 185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백 변호사가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 결정 이전·이후에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하면 범죄 수사에 중대·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은 위자료 400만원이 더해져 총 585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2심은 "통지 유예로 직업적 신뢰도와 사회적 평판이 훼손될 수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도 백 변호사에게 585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 출국금지 결정의 통지는 출국 금지처분에 대해 사후적으로 다툴 기회를 제공해 절차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통지를 하지 않게 되면 출국금지 대상자는 사후적으로도 출국금지 결정을 다툴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출국금지 대상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할 우려도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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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단은 대법원이 출국금지 결정 및 그 연장 결정의 통지유예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사례다. 대법원은 출국금지가 알려지면 대상자나 사건 당사자, 참고인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등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출국금지에 대한 통지 유예가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