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대게와 킹크랩을 통관 전에 냉동탑차 안 밀실로 빼돌려 국내에 유통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세관 신고를 거치기 전에 수산물을 빼돌려 국내로 유통한 행위도 관세법상 무신고 수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4일 특수절도·특수절도미수·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산물 유통업체 운영자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년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36억9294만790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2월~2024년 3월 냉동탑차 기사 등 공범들과 함께 동해항과 속초항을 통해 수입되는 러시아산 대게·킹크랩 등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일당은 통관 전 운반 과정을 노렸다. 이들은 러시아산 수산물이 항구에 들어온 뒤 세관 절차를 거치기 위해 보세창고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적재함 안에 밀실을 설치한 냉동탑차를 이용해 물량 일부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린 수산물은 모두 6만2083㎏에 달했다. 통관 전 가격 기준으로 약 30억원 상당이다. A씨 일당은 2024년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산 대게를 훔치려 했지만 냉동탑차 안 밀실 문이 열리지 않아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항만에 하역된 수산물을 보세창고로 운반하던 중 훔친 행위가 관세법상 수입에 해당하는지였다. A씨 측은 이미 국내 항만에 내려진 물건을 훔친 것이므로 관세법상 수입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퉜다.
하지만 1·2심은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세관장에 대한 수입신고 등 통관 절차를 거치기 전에 대게 등을 빼돌려 국내에 유통한 행위는 관세법상 신고 없이 물품을 수입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과 추징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관세법 위반죄 성립, 관세법상 추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추징금도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관세법상 추징이 징벌적 성격을 갖고 있어 범칙 물품을 실제로 소유하거나 점유했는지와 관계없이 범행 당시 국내 도매가격에 상당한 금액을 범인들에게 각각 추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